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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4부, 수입을 헤아려 지출을 해야)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4​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 영암군수 이종영에게 당부한다 爲靈巖郡守李鍾英證言 수입을 헤아려 지출을 해야 재물을 남에게 주는 것을 혜(惠)라고 한다. 그러나 자기에게 재물이 있고 난 뒤에야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이다. 자기에게 없는 것을 남에게 줄 수는 없다. 그러므로 나에게 있는 것을 주기보다는 빼앗지 않는 것이 낫다. 무릇 관고(官庫)에서 훔친 물건은 조상의 제사를 지내거나 부모를 봉양하는 일에도 감히 쓸 수 없는데, 그 나머지 일에 있어서랴? ​ 수입을 헤아려 지출을 하는 것이 성인의 법이다. 무릇 훔친 것을 갚지 못하여 아전이 뒷말을 하게 되는 자는 비록 백성을 사랑하여 다스림이 저 공수(龏遂) 황패(黃覇)와 같다고 해도 오히려 잘 다스리는 관리는 아..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4부, 관직에 있는 사람의 어려움)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4​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 영암군수 이종영에게 당부한다 爲靈巖郡守李鍾英證言 관직에 있는 사람의 어려움 수령과 백성의 사이는 멀고 머니, 애닮도다 백성들이여! 아전이 신체를 부러뜨렸어도 수령이 불러 물으면 대답하기를 "나무 하다가 절벽에서 떨어졌습니다"라고 한다. 아전에게 재물을 빼앗겨도 수령이 불러 물으면 말하기를 "빚이 있어 마땅히 갚아야 하는 것입니다."라고 한다. 일에 밝은 자가 있어 자세히 검토하여 그 재물을 되돌려주되 바로 면전에서 셈하여 주고 직접 거느리고 간 비장으로 하여금 호송하게 해도, 한번 문을 나서면 진흙으로 만든 소가 바다에 가라앉는 것과 같다. 내가 관장들을 보건대, 산에서 노닐다 절에 도착하여 어쩌다 돈과 양식을 계산해준 것을 가지..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4부, 아전은 어떻게 거느릴 것인가 )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4​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 영암군수 이종영에게 당부한다 爲靈巖郡守李鍾英證言 아전은 어떻게 거느릴 것인가 아전들은 그 직업을 세습하고 또 종신토록 한가지 직업에다 한가지 뜻을 정일(精一)히하기 때문에, 그 일에 길이 들고 익숙해서 가만 앉아서 관장(官長)거치기를 마치 여관 주인이 길손 대하듯 한다. 수령이 된 자는 어려서 글짓기와 활쏘기를 익히고 한담(閑談)과 잡희(雜戱)를 일삼다가 하루아침에 부절(符節)을 차고 일산(日傘)을 펴고서 부임하니, 이는 우연히 들른 나그네와 같다. 저들이 허리를 굽히고 숨가쁘게 뛰어다니면서 공손히 대하니, 그들의 속을 모르는 자는 고개를 쳐들고 잘난 체하여 그들을 벌레 보듯 내려다보지만, 어깨를 맞대고 땅에 엎드린 그들이 낮은 ..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4부, 사람과 짐승의 차이)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4​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 윤종문*에게 당부한다 爲尹惠冠贈言 사람과 짐승의 차이 가난한 선비가 생업을 꾸려나갈 방도를 생각하는 것은 사세가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작을 너무 힘들고 장사는 명예가 손상된, 손수 과수원이나 채소밭을 바꾸고 희귀한 과일과 맛좋은 채소를 심는다면 왕융(王戎)*처럼 오얏씨에 구멍을 뚫고 운경(雲卿)처럼 참외를 팔더라도 해될 것이 없을 것이다. 좋은 꽃과 기이한 대나무로 군색함을 가리는 것도 지혜로운 생각이다. 봄에 비가 갓 개일 적마다 조그만 가래와 큰 보습을 들고 메마른 자갈밭을 파고 거친 잡초를 매거라. 그렇게 도랑과 두둑을 정돈하여 종류별로 종자를 뿌리고 모종도 하고 돌아와 짧은 시 수십편을 지어 석호(石湖)*의..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밥 먹는 것과 잠자는 것도 잊고)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밥 먹는 것과 잠자는 것도 잊고 答仲氏 ​ 지금 [논어]를 연구하지 않는 사람들은 사서(四書) 분야에는 결코 누락된 해석이 없다고 말합니다. 굉보(紘父)*가 과거공부로부터 돌아와 발분하여 경학과 예학 분야에 몸을 바치고 있는데, 그를 가르치려다보니 안경을 쓰지 않고는 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고 보니 여기에도 떨어진 볏단이 있고 저기에도 남은 이삭이 있으며, 여기에 거두지 않은 볏단이 있고 저기에 거두지 않은 늦벼가 있어서, 전도가 낭자하여 이루 다 수습하지 못할 지경입니다. 어린시절 새벽에 밤나무 동산에 나갔다가 갑자기 난만히 땅에 흩어져 있는 붉은 밤알들을 만나 이루 다 주울 수 없는 것과 같은 격이니 이를 장차 어떻게 하면..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주역]의 연구방법)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귀양살이의 괴로움을 잊는법 [주역]의 연구방법 [주역]에 관한 조그만 연구서는 둘째아이 학유에게 공부감으로 준 것인데, 그 애가 벌써부터 즐겨 하지 않기에 책상 위에 그냥 놓아둔 것을 때대로 자세히 읽어보고는 껄껄 웃노라니 귀양살이 괴로움을 잊을 만합니다. 몇해 전의 초고를 열람해보니 갈지 않은 옥이요, 제련하지 않은 광석이요, 아직 찧지 않은 겨 붙은 벼요, 뼛속이 드러나지 않은 껍질이요, 아직 굽지 않은 도자기며 설익은 목수와 같습니다. [시경]에 '절차탁마'라 했는데 바로 이를 두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 또 하나의 효(爻)를 고쳤습니다. 만약 제가 앞으로 10년의 시간을 더 갖고서 [주역]공부를 마친다 해도 또 고쳐..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책들)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귀양살이의 괴로움을 잊는법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책들 [악서(樂書)]* 열두권을 그사이에 읽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율려(律呂)*의 차례 중 제7권에 논술한 협종(夾鐘)은 반드시 요순시대의 근본 방법으로 만에 하나의 잘못도 없으리라 믿습니다.* 5천년 전 율려(음악)에 관한 학문의 근본 정신을 오늘날 되살려내었으니, 이 일은 제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수년 동안 밤낮으로 사색하고 산(算)가지를 붙잡고 늘어놓고서 오래 심혈을 기울이다보니 하룻날 아침에 문득 마음에 깨달음의 빛이 나타났습니다. 삼기(三紀)와 육평(六平), 차삼(差三), 구오(具五)의 방법들이 섬광처럼 눈앞에 열지어 서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붓을 들고 쓴 ..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주자의 학설에도 잘못이 )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귀양살이의 괴로움을 잊는법 주자의 학설에도 잘못이 송나라 이후 7백년 동안 온세상 사람들이 초명한 지혜를 모두 동원하여 사서(四書)의 의미를 연구해왔기 때문에 사서에는 더 연구할 분야가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저도 사서를 읽다가 더러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수가 있어 기발하다고 뛸 듯이 기뻐하다가도 그뒤에 여러 연구가들의 경서에 대한 학설을 보고는 규명된 지 이미 오래되었음을 깨닫곤 할 때가 있었습니다. ​ 그렇지만 착함이 무엇인가를 밝혀낸 후에야 착함을 선택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연구된 학설들을 읽을 때마다 이전 사람들을 보건대 선유(先儒:주자)의 학설에 대해서는 그릇된 의미도 고칠 생각을 못하고 그대로 고집하고 있으니..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도인법)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귀양살이의 괴로움을 잊는법 答仲氏 도인법 도인법이 유익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배생활 12년 동안 새백에 일찍 일어나서 밤이 깊어야 잠자리에 들면서 육경(六經)공부에 전념하느라 도인법을 시행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이제 다행히 육경에 대한 연구는 마쳤으니 마땅히 방 한칸을 깨끗하게 청소해놓고 아침부터 부지런히 노력해서 저녁까지의 조심스런 생활의 여가에 도인법에 유의해야겠습니다. 그 방에 한권의 책도 놓아두지 않는다면 더욱 도인법에 몰두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만일 책을 방에 들인다면 오래된 버릇을 버리기 어려워 결국은 책과 붓을 붙잡게 되고 말 것입니다. ​ ​ ​#유배지에서보낸편지 #정약용 #유배지에서보낸편지필사 #책소.. 더보기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입후의 기준)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입후의 기준 答仲氏 입후에 대한 일을 고의(古義)에 기준하여 보면, 학초의 경우는 법으로 보아 마땅히 후사가 없어야 합니다. 형이 죽으면 아우에게 미치는 것이 옳긴 하지만, 고법(古法)에는 지자(支子)에게 후사가 없으면 대가 끊어집니다. ​ 아버지를 이을 종자(宗子)는 형제의 아들 가운데서 데려오고 할아버지를 이을 종자는 종형제의 아들 가운데서 데려오고 증조(曾祖)를 이을 종자는 재종형제의 아들 가운데서 데려오는 것이니, 혈연관계가 있으면 입후하는 것이 예입니다. 이것이 바로 대강령(大綱領)입니다. ​ 아버지가 계신데 큰아들이 후사 없이 죽었다면 후사를 세우지 않는 것이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큰아들에게 후사가 없다면 후사를 세워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