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 [사기]
"현장 극복의 용기는 치열한 내면 투쟁에서"
오늘날은 자살을 금기시하거나 죄악시하지만, 유교적인 사고방식이 중국에 형성되기 전에는 자존심이 많이 상하거나 수치스러운 일이 생기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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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사마천은 자살을 선택하지 않고 궁형을 선택합니다.
그 과정이 얼마나 끔찍했는지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사마천이 궁형을 자청했을 때 그의 나이는 49세였습니다.
조선시대 남자들의 평균수명이 40대를 못 넘었습니다.
사마천은 지금으로부터 2160년 전의 사람입니다.
그당시 평균 수명으로 따지면 이미 죽었거나 죽을 때가 다된 나이입니다.
그 나이에 궁형을 자청한다는 것은 죽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는 얘기입니다.
좀 끔찍하기는 하지만 궁형을 어떻게 하는지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당시에는 마취제가 없었으므로 우선 고환을 포함해서 성기 전체를 끈으로 묶어 신경을 죽입니다.
그런 다음 날카로운 칼로 통째로 잘라냅니다.
그럼 요도, 즉 오줌 구멍만 남은데 거기다 큰 거위털을 박아 둡니다.
거위털이 요관인 셈입니다.
그렇게 한 뒤 누에를 치는 잠실에 보냅니다.
큰 수술을 했기 때문에 몸에 찬 기운이 들면 죽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따뜻하게 해야 되는데 죄인을 무슨 황토방으로 보낼 수도 없으니 잠실에 보내서 몸을 추스르게 합니다.
짧으면 한 달 길면 백 일 정도 뒤에 오줌이 나오면 수술이 성공한 것이고 오줌이 안나오면 요독증에 걸려서 죽는 겁니다.
궁형을 받은 이들 가운데 80퍼센트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얘기하는 중국 학자들도 있습니다.
궁형을 자청하다가 죽었을 경우 어떻게 될까요?
만약 죽는다면 "한나라 무제 때 태사령 벼슬에 있던 사마천이라는 사람이 반역죄에 몰려서 사형선고를 받고는 구질구질하게 살아남기 위해서 궁형을 자청하다가 죽었다"는 기록이 남게 됩니다.
이는 죽음보다 훨씬 더 끔찍한 결과입니다.
위로는 조상 얼굴에 먹칠을 하고 아래로는 후손들을 볼 면목이 없어지는 거죠.
그래서 사마천이 궁형을 자청한 것은 가장 끔직한 선택이자 가장 위대한 선택입니다.
사마천은 다행히 살아남음으로써 우리에게 [사기]라는 절대 역사서를 선물한 겁니다.
사마천 개인에게는 대단히 안타깝고 비극적인 사건이었지만 인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한 선물 하나가 주어진 셈입니다.
48세 때 옥에 갇혀 그 다음해에 궁형을 자청하고 50세에 풀려날 때 까지 약3년 동안 아무도 변호 한마디 해 주지 않았습니다.
돈 많은 친구들이 50만 냥만 내면 사형을 면할 수 있는데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면회 한 번 와 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사마천이 옥에서 풀려나고 난 다음에 친구 임안에게 보낸 편지에 생각 사思 자가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는 겁니다.
사마천은 3년 동안 인간의 마음, 인심, 인간의 본질, 권력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떤 리더가 바람직한 리더고, 역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과연 지배계층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를 고민합니다.
사마천은 근본적으로 모든 문제를 다시 뒤집어봄으로써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고,
이것이 진보적인 역사관으로 수렴된 겁니다.
그래서 당대 자기가 모셨던 황제인 한나라 무제 武帝를 가차 없이 비판하고 개국 황제였던 한고조漢高祖 유방에 대해서도 가차없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댈 수 있었던 겁니다.
권력자들은 [사기]를 읽으라고 권하지 않았습니다.
하도 찔러 대는 데가 많으니 심기가 불편해서 대 놓고 읽으라는 소리를 못합니다.
그런데도 중국의 역사서 25사 가운데 제일 첫머리에 올려놓은 이유는 워낙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역대 왕조들은 사마천의 사당이나 무덤도 제대로 간수를 안 해 주었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사마천 사당하고 무덤을 관리해 준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원나라 세조 쿠빌라이입니다.
이민족이 단장을 해 준 것이죠.
그래서 사마천의 무덤 모양이 몽골 파오처럼 생겼습니다.
몽골 입장에서 보면 사마천은 역대 한족의 황제들이 싫어하건 좋아하건 훌륭한 역사학자일 뿐입니다.
출처: 인문학 명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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