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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6년

책속글귀-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中 (by 주부독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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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력
말과 글과 책이 없이는 역사도 없고 인간이라는 개념도 존재할 수 없다.
혹, 누군가 소규모의 공간에, 이를테면 집 한 채나 방 한 칸에 인간정신의 역사를 집약하여 소유하고자 한다면,
이는 오로지 책을 수집하는 형태로만 가능할 것이다.

어떤민족에게나 말과 글은 신성하고 마력적인 것이다.
이름을 지어붙이는 것이나 글을 쓰는 것은 본래 마력을 지닌 행위
즉, 정신을 통해 자연을 정복하는 신비한 행위여서 글자는 어디서나 신이 내린 선물로 칭송받았다.

대부분의 민족들에게 읽기와 쓰기는 사제 계층만 전유했던 신성한 비술이었으니,
어떤 젊은 사람이 이 엄청난 기예를 익히기로 결심한다면 이는 실로 대단하고 비상한 사건이었다.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소수에게만 허락되었으며, 희생과 헌신을 대가로 치러야만 했다.

계층구분이 엄격하고 귀족주의적 질서체계를 가진 문화에서 온통 문맹인 민중들 가운데

글자라는 비밀에 통달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지금의 우리가 어찌 제대로 상상이나 할 수 있으랴!

그것은 빛나는 훈장이나 권력을 명명백백한 마법을 의미했으며, 하나의 부적이요, 요술지팡이였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이 더 이상 특정 계급이나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

인쇄술의 발명 이후 책은 엄청난 양으로 유포되어 일용품이자 기호품이 되었다는 사실,

대량 발행으로 책값이 싸지면서 형편이 넉넉잖은 사람들도 최고의 양서들(이른바 고전들)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다.

그 모든 마력은 지금도 온전히 존재하며, 지성은 여전히 엄격한 서열 속에서 소수의 특권층만이 누리는  비밀이다.



출처: 헤르만헤세의 독서의 기술  -헤르만 헤세 저, 김지선 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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