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는 사람들이 머릿속에 작은 마이크로칩을 삽입해서 필요할 때마다 뇌의 특정한 부위를 조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학 문제를 풀 때는 대뇌의 두정엽에 삽입한 마이크로칩에 전류를 흘려 수학 계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영어 시험 때는 언어 영역인 좌측 베르니케 영역의 마이크로칩에 전류를 흘려주면 독해 능력이 향상돼 높은 점수를 얻는 식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단지 '지능 증폭'을 위해 자신의 두개골을 열고 뇌에 마이크로칩을 삽입하겠느냐는데 있다. ... 최근에 두개골을 열지 않고도 간단한 시술만으로 뇌 가까이에 미세 전극을 설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16년 호주 멜버른 대학의 테런스 오브라이언 교수가 이끄는 뇌공학 연구팀은 스텐트로드라는 장치를 양의 목 주위 혈관에 집어넣어 혈관을 따라 뇌로 보낸 뒤 양의 뇌에서 발생하는 뇌파 신호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스텐트로드라는 이름은 스텐트와 일렉트로드(전극)의 준말이다. 스텐트는 얇은 금속으로 제작한 원통 모양의 그물망인데 좁아진 관상동맥을 넓힌 다음에 튼튼하게 지탱함으로써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을 예방해준다. 매년 10만 개 정도의 스텐트가 한국인의 혈관 속에 들어가고 있을 만큼 비교적 간단하고 대중적인 시술이다. 오브라이언 교수는 두개골을 열지 않고도 뇌 표면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혈관을 따라서 스텐트로드를 삽입하면 정밀하게 뇌 활동 신호를 얻을 수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두개골을 열고 마이크로 칩을 삽입하는 위험한 수술을 하지 않고도 바이오닉 팔이나 외골격 로봇을 제어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스텐트로드는 뇌 신호를 읽을 때뿐만 아니라 전류를 흘려 뇌를 조절하기 위해서도 쓸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만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스텐트 삽입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누군가가 사이보그 인간이 되기 위해 스텐트로드를 뇌에 삽입했다는 기사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레딩 대학의 케빈 워릭 교수 같은 사람이 가장 먼저 본인의 머리에 스텐트로드를 삽입하기 위해 호주행 비행기를 예약해두었을지도 모른다.
바이오닉 맨 -임창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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