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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노트,독서HAZA365>/독서노트-2017년

도산에 사는 즐거움 中 -이황 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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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삶

성긴 숲에 개울물이 졸졸 흐르고
계곡 입구에 아침 햇살 서서히 비치네.

차분하게 보니 모두가 만족한 모양이고
한가롭게 앉으니 깊은 생각에 잠기네.

산새들 지저귐은 시시각각 변하고
굳게 박힌 바위는 강물에도 꿈쩍 않네.

흥에 겨워 혼자 노니니 마음 흡족해
붓과 벼루만 가지고 왔네.




독서

독서는 산놀이와 같다고들 하는데
이제 보니 산놀이가 독서와 같네.

낮은 데서부터 공력을 기울여야 하니
터득을 하려면 거기를 거쳐야지.

구름 이는 것 봐야 오묘한 이치 알고
근원에 당도해야 시초를 깨닫지.

꼭대기 높이 오르도록 그대들 힘쓰오
노쇠하여 포기한 이내 몸이 부끄러워라.




엄격하면서도 너그럽게

어떤 제자가 이렇게 질문했다.
"책을 읽을 때에는 본디 독서 계획을 엄격하게 세워야 합니다.

그러나 꼭 이렇게 하려 한다면 혹시라도 조급하게 서두르는 마음이 도리어 우세해져,
글 속에 깊이 빠져 들어 충분히 음미하는 맛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이렇게 하지 않고 그날그날 힘닿는 만큼만 천천히 보고 자세하게 읽는다면,
또 세월아 내월아 하면서 범범하게 그럭저럭 지내려는 마음을 조장할 뿐입니다.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일을 이룰 수 없으니,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독서 계획은 엄격하게 세우되 뜻은 너그럽게 두어야 합니다.
독서 계획을 엄격하게 세운다는 것은 많이 읽는 데 힘써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자기 능력을 헤아려 거기에 맞게 계획을 세운 다음, 삼가 그 계획을 준수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뜻을 너그럽게 둔다는 것은 세월아 내월아 하면서 범범하게 지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조급해 하지 말고 마음을 비운 다음 요모조모 글을 음미하며 사색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도산에 사는 즐거움 中    -이황 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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