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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5년

<책속글- 그 미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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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무엇으로 사는가

 

1​

아내라는 말은 '안해'에서 왔다.

'안'은 내외內外 할 때의 안이고, '해'는 '것'이라는 소유격이다.

그래서 아내란 안에 있는 존재라고 알고 있다면 큰 실수다.

이런 관념은  남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편이 태양이라면, 아내도 태양이다.

아내가 다스리는 왕국이 있다.

여왕의 영토와 권위는 신성불가침이다.

평화는 DMZ처럼 상호 존중과 긴장에서 유지된다.

2

당신은 아내보다 더 상식이 풍부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그것이 지적으로 더 우월하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항상 아내보다 탁월한 의사 결정을 내리며 살아왔다고 착각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다.

아내는 그것이 항상 바람직하고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당신을 존중해서 당신의 결정을 따라줬을 뿐이다.

아내는 당신보다 직관적이고 감각적이다.

당신이 어설픈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고 따지고 어리바리 장고하는 동안 이미 답을 내려놓고 있는 사람이 아내다.

중요한 결정일수록 아내와 의논하는 것이 이롭다.

3

기념일은 당신이 잊어버려도 좋은 가벼운 날이 아니다.

결혼기념일과 아내의 생일은 그녀의 역사다.

그에 맞는 최대한의 예를 갖추어야 한다.

당신은 의식하지 못하겠지만 많은 날들을 군림했을 것이다.

그러니 당신은 이날만이라도 황후를 받들어 모셔야 한다.

"다 필요 없어. 마음만 있으면 돼"하고 하명하더라도 그 말에 복종하는 순간,

당신의 사직은 풍전등화에 놓이게 될 것이다.

당신은 그 명을 거역해야 한다.

4

당신은 가끔 당황하는 일을 집에서 겪을 것이다.

당신이 처음 보는 낯선 여자가 당신의 집에 기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아내들은 변검술에 능하다.

얼굴뿐만 아니라 몸도 바꾸는 환술을 아내들은 늘 연마한다.

내면을 바꿀 수 없어 외면을 꾸미고 바꾸는 것이다.

당신은 그 낯선 여자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면 안 된다.

그녀의 옷차람과 외모에 언제나 경탄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진심을 담아서 칭찬할 줄 알아야 한다.

잘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아내가 변검술을 ​연마하는 동안, 당신은 여신을 찬양하는 법을 숙련해야 한다.

5.

당신은 연애 때 자상한 남자였을 것이다.

당신은 잊었겠지만 아내는 그 최고의 남자를 기억하며 살아간다.

당신이 한쪽 어깨를 온통 적시며 우산을 아내 쪽으로 기울였을 것이고,

급브레이크를 잡을 때 오른 손을 뻗어 그녀를 보호했을 것이도,

그녀가 먼저 차에 오르도록 차 문을 열어줬을 것이다.

길을 걸을 때 당신이 차도 쪽에 서서 그녀를 에스코트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신은 따로 우산을 들고, 앞장 서 빨리 걷고,

아내가 옆에 타고 있어도 끼어든 차에 욕설을 해대고 있을 것이다.

아내가 사랑한 그 남자는 지금 어디로 갔을까.

6.

당신은 사회생활을 통해 경쟁 우위에 서야 살아남는다는 것을 체득했을 것이다.

그래서 당신도 모르게 '경쟁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의 실체와 경쟁 원리를 삶에 적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가정에 적용하는 순간 심각한 사태가 벌어진다.

아내가 해준 음식을 먹을 때, 아내가 다림질해준 옷을 입을 때,

자녀의 학업 성취도와 학습 태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할 때,

당신도 모르게 <VJ특공대>의 맛집과 전자동클린 세탁소와 가수 이적의 엄마와 당신의 아내를 동일 선상에 놓고

무의식적으로 비교하고 있다면 그건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아내는 그 어느 것과도 비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내는 그 자체로 유일무이한 존재다.

7.

당신이 스트레스와 휴식을 핑계로 인터넷 도박 게임에 빠져 있거나 종일 텔레비전 앞에서 뒹굴고 있을 때

아이들과 아내는 당신에 대한 존경심을 잃는다.

귀에 담은 것보다 눈에 담​은 것이 훨씬 오래 깊게 남는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아무리 좋은 신발을 사주고 화려한 목걸이를 선물한다 해도 그것들은 잠시뿐이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아내가 할머니가 되어도 잊히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는 기억은 아빠가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그런 모습들이다.

당신의 어떤 모습을 눈에 담게 할지, 그것은 전적으로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출처: 이 미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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