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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6년

<책속글귀>- 한글논어역주 中 (by 주부독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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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출생
 
앞서 누누이 말했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공자의 삶의 역사적 사건의 나열이나 그 사실성의 여부에 대한 논의는 큰 의미가 없다.
그러한 사실(史實)들을 기점으로 해서 펼쳐지는 인간 공자의 가능한 심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의 구조를 밝히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 관심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곧 나 자신의 이해의 구조를 밝히는 것이다. 나는 과연 공자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우선 그 출생에 관한 이야기로부터 그 이해의 실마리를 추적해보자!
[세가]에 의하면 공자는
"숙량흘(淑梁屹, 수리앙 허, shu-liang He)을 아비로,
"안씨녀"(顔氏女, 옌스뉘,Yan-shi-nu)를 어미로 태어났다.
이 두 개의 표현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그 아비는 성(姓)이 없고 그 어미는 이름이 없다는 것이다.

숙량(淑梁)은 자(字)요, 흘(屹)은 명(名)이다.
그런데 그 아비를 부르 때 공흘(孔屹, 콩 허, Kong He)이라 아니 부르고,
숙량흘(淑梁屹)이라 부르는 것은 왠지 이색이다.

"중니구仲尼丘"니 "자로유 子路由"라 부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물론 춘추이전에 이렇게 자(字)와 명(名)을 합쳐 부르거나, 관(官)직명과 명(名)을 합쳐서 부르는 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생각컨대 그 숙량흘의 족보를 따져 올라가는 모든 논의가 후대의 날조라는 인상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공자의 증조부가 노나라 장손씨(臧孫氏, 짱쑨스, Zang-sun Shi)의 채읍(采邑)인 방읍(防邑, 황이, Fang-yi)의 읍재(邑宰)를 함으로써, 송(宋)나라에서 몰락한 귀족이 나오는데, 공자에게 "형이 있었다는 것은 [논어]의 문맥상 입증이 된다. 그러나 그것은 배다른 형제였던 것이다.

공자의 자(字)가 "중니仲尼"인데 중(仲)이란 "둘째 아들"의 뜻이다. 중니란 곧 니구산(尼邱山)에서 빌어 얻은 둘째아들이란 뜻이다. 맹(孟)은 맏맹 자이고, 맏아들의 뜻이다. "피"(皮:가죽의 뜻)라는 이름은 간접적으로 "불구자"의 뜻을 시사한다. 자식이 오죽 못났으면 "맏가죽"(孟皮)이란 이름을 붙여주었겠는가?


그래서 숙량흘은 세째부인을 얻으려고 시도한다. 그래서 곡부의 안양(顔壤)노인에게 가서 딸 하나를 달라고 간구한다. 그때 이미 숙량흘은 70세에 가까웠다.
첫째딸은 청혼을 거절한다.​ 우선 나이가 많아 골골하게 보이는 숙량흘에게 시집갈 리가 만무한 것이다. 그러나 세째딸은 육감이 달랐다. 무엇인가 신의 뜻을 감지했다는 것이다. 안징재는 기꺼이 숙량흘에게 시집가겠다고 나선 것이다. 아버지의 명(命)을 따라 청혼을 받아들인 것이다(從父命爲婚)
​그때 안징재의 나이는 꽃다운 이팔(二八), 16세의 청춘이었다.
복사꽃 만발하는 봄날의 향기가 흐드러지는 니구산(尼丘山)에서 70노인과 16세의 새악씨가​ 아들 낳아 달라고 빌러가는 뒷보습을 연상하는 우리의 가슴속엔 태고의 낭만이 서린다.
사마천은 이 두 사람의 결합을 이와 같이 표현했다.

​紇與顔氏女野合而生孔子, 禱於尼丘得孔子.
 
​숙량흘과 안씨녀는 들에서 합하여 공자를 낳았다.
니구에서 빌어 공자를 얻은 것이다.​
 


출처:논어한글역주      -도올 김용옥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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