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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애 단한번
태어남은 하나의 약속이다.
나무로 태어남은
한여름에 한껏 물오른 가지로
푸르름을 뽐내라는 약속이고,
꽃으로 태어남은
흐드러지게 활짝 피어
그 화려함으로 이 세상에 아름다움을
더하리라는 약속이고,
짐승으로 태어남은
그 우직한 본능으로
생명의 규율을 지키라는 약속이다.
작은 풀 한 포기, 생쥐 한 마리,
풀벌레 한 마리도 그 태어남은
이 우주 신비의 생명의 고리를 잇는
귀중한 약속이다.
그 중에서도 인간을 태어남은
가장 큰 약속이고 축복이다.
불가에서는 모든 생명체 중에서
인간으로 태어날 가능성이야말로
넓은 들판 가득히 콩알을 널어놓고
하늘 꼭대기에서 비늘 한 개를 떨어뜨려
콩 한 알에 박히는 확률과 같다고 한다.
억만 분의 일의 확률로 태어나는 우리의 생명은
그러면 무엇을 약속함인가.
다른 생명과 달리 우리의 태어남은
생각하고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기회의 약속이다.
미움 끝에 용서할 줄 알고,
비판 끝에 이해할 줄 알며,
질시 끝에 사랑할 줄 아는 기적을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살아가는 일은
이 약속을 지켜 가는 일이다.
괴물같이 어둡고 무서운 이 세상에
빛 동그라미들을 만들며
생명의 약속을 지켜 가는 일이다.
내 생애 단한번 中 - 장영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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