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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7년

<책속글귀>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中(by 주부독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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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오래전 나는 정말 뼈아프게 '다시 시작하기'의 교훈을 배웠고,
그 경험은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기억 중 하나이다.
나는 그 경험을 통해서 절망과 희망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것.
넘어져서 주저앉기보다는
차라리 다시 일어나 걷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배웠다.
 



정말 착한 마음을 먹었다가도 슬며시
'에라, 나만 착하게 산다고 누가 알아주나, 아무렇게나 살자'
나쁜 생각을 품기도 하고 ,
다시 '아니, 그래도 인간인데, 인간답게 살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뿐인가,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 볼수 있는 사람과 볼수 없는 사람.
기쁜 사람과 슬픈 사람 등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치고받고 싸우기도 하지만,
결국 또 서로 보완하고 도와 가며
함께 어울려 그런대로 한세상 잘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이 세상이야말로 제일 좋은 모순형용법의 예이다.
 





"아뇨! 못했지만 아주 잘했어요!"
즉 객관적인 점수는 '못했지만' 사랑하는 아빠에 대한 주관적 점수는
'아주 잘했다'는 '옥시모론'적인 답변이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순형용법 구사가들인지 모른다.
서로 치고받고 싸우기도 하지만 또 서로 도와 가며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이 세상이야말로 제일 좋은 모순형용법의 예이다.
 




"그렇게 야단법석 떨지마라. 애들은 뼈만 추리면 산다."
아무리 운명이 뒤통수를 쳐서
살을 다 깎아 먹고 뼈만 남는다 해도 울지마라.
기본만 있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살이 아프다고 징징대는 시간에 차라리 뼈나 제대로 추려라.
그게 살 길이다.


 
 


어부
-김종삼 시인
바닷가에 매어 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인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


맞다. 지난 3년간 내가 살아온 나날은 어쩌면 기적인지도 모른다.
힘들어서, 아파서, 나무 짐이 무거워서 어떻게 살까 늘 노심초사했고,
고통의 나날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결국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열심히 살며 잘 이겨 냈다.
그리고 이제 그런 내용의 힘으로 더욱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어 갈 것이다.
내 옆을 지켜 주는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다시 만난 독자들과 같은 배를 타고 삶의 그 많은 기쁨을 우리기 위하여.....
 




나는 새삼 '좋은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정말 누구의 마음에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게 얼마나 힘들고,
소중한지 깨닫기 시작한다.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따뜻한 마음,
아끼는 마음으로 날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 준다면
수천 수만 명 사람들이 다 아는 '유명한' 사람이 되는 일보다
훨씬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삶을 다하고 죽었을 때 신문에 기사가 나고
모든 사람이 단지 하나의 뉴스로 알게 되는 '유명한' 사람보다
누군가 그 죽음을 진정 슬퍼해 주는 '좋은' 사람이 된다면
지상에서의 삶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모든 사람이 알아봐 주고 대접해 주는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래도 간혹 범서처럼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그나마 그 온기로 세상이 뒤뚱뒤뚱 돌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남 탓해 무엇하랴.
내 마음속 어딘가도 분명히 '좋은 선생'보다는
'유명한 선생'이 되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음에 틀림없다.
 




어떤 이들은 나이 들어가는 일이 정말 슬픈 일이라고 한다.
또 어떤 이들은 나이 들어가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이고
노년이 가장 편하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살아 보니 늙는다는 것은 기막히게 슬픈 일도,
그렇다고 호들갑 떨 만큼 아름다운 일도 아니다.
그야말로 젊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냥' 하루하루 살아갈 뿐,
색다른 감정이 새로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또 나이가 들면 기억력은 쇠퇴하지만
연륜으로 인해 삶을 살아가는 지혜는 풍부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도 실감이 안 난다.

삶에 대한 노하우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삶에 익숙해질 뿐이다.
말도 안 되게 부조리한 일이나 악을 많이 보고 살다 보니 내성이 생겨,
삶의 횡포에 좀 덜 놀라며 살 뿐이다.

하지만 딱 한 가지, 나이 들어가며 내가 새롭게 느끼는 변화가 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세상의 중심이 나 자신에서 조금씩 밖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나이가 드니까 자꾸 연로해지시는 어머니가 마음 쓰이고,
파릇파릇 자라나는 조카들이 더 애틋하고,
잊고 지내던 친구들이나 제자들의 안부가 궁금해지고,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이 더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나뿐만이 아니라 남도 보인다.

한마디로 그악스럽게 붙잡고 있던 것들을 조금씩 놓아 간다고 할까.
조금씩 마음이 착해지는 것을 느낀다.
결국 이 세상을 지탱하는 힘은 인간의 패기도, 열정도, 용기도 아니고
인간의 '선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 자체에 대한 연민, 자신뿐 아니라 남을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선함이 없다면,
그러면 세상은 금방이라도 싸움터가 되고 무너질지 모른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中      -장영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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