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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6년

<책속글귀>-죽비소리 中 (by 주부독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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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閑暇)
사방으로 통하는 큰길 가운데도 한가로움은 있다.
마음이 한가울 수만 있다면 굳이 강호를 찾을 것이 없고, 산림을 찾을 것이 없다.
내 집은 저잣거리 옆에 있다. 해 뜨면 마을 사람들이 저자에서 시끄럽다.
해 지면 마을 개가 무리지어 짖는다.
나 혼자 책 읽으면 편안해한다. 이따금 문을 나서본다.
달리는 사람은 땀을 흘린다. 말탄 사람은 내달린다.
수레와 말이 뒤섞여 지나간다. 나 홀로 천천히 걷는다.
일찍이 나는 시끄러움 때문에 한가로움을 잃은 적이 없다.
내 마음이 한가롭기 때문이다.
​-이덕무, [원한 原閒]




지지(止止)
대저 이른바 지지止止라는 것은 능히 멈춰야 할 것을 알아 멈추는 것을 말한다.
멈춰야 할 곳이 아닌데도 멈추게 되면 그 멈춤은 멈출 곳에 멈춘 것이 아니다.
-이규보, [지지헌기 止止軒記]

 

 물리(物理)
내가 천지 사이에 가득한 만물을 살펴보니 무성하여 끊임이 없고, 현묘하고도 현묘하여 각각 이치가 있다. 진실로 이치를 궁구하지 아니하면 앎 또한 이르지 않는다.

때문에 비록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와 같이 보잘것없는 것이라도 또한 마땅히 각기 그 이치를 궁구하여 근원으로 돌아가 그 앎이 두루 미치지 않음이 없게 하고, 그 마음으로 하여금 꿰뚫어보지 않음이 없게 한다면, 내 마음은 저절로 사물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만물의 위에 넘어설 것이다.

어찌 홀로 그 뜻을 잃음이 있겠는가?
또 하물려 '사물을 살펴 몸을 돌아보고, 앎을 지극히 하고 뜻을 충실히 한다' 함은 옛사람이 진작에 말한 적이 있다.

-강희안(姜希顔, 1417~1465), 양화해 養花解







언사(言事)
경계할지어다. 많은 말을 하지 말고, 많은 일을 벌이지 말라.
말이 많으면 실패가 많고, 일이 많으면 해가 많은 법이다.

안락을 반드시 경계하고, 후회할 일은 하지 말아라.
무슨 손해가 있겠느냐고 하지 말라. 그 화가 장차 오래가리라.
해될 게 무어냐고 말하지도 말아라. 그 화가 길고도 클 것이다.

듣지 못했다고 말하지 말라. 귀신이 사람을 엿보고 있나니.
막 불이 붙기 시작할 때 끄지 않으면 활활 타오를 때야 어찌하리.
졸졸 흐르는 물을 막지 않으면 마침내는 드넓은 강물이 되리라.

실낱같이 이어짐을 끊지 않으면 혹 그물이 될 것이요.
터럭 끝을 뽑아내지 않으면 장차는 도끼를 찾아야 하리.

진실로 능히 삼가는 것이 복의 근원이 된다.
입은 무슨 해가 되는가.
재앙이 들어오는 문인것이다.
-허목. [기언서記言序]

어묵(語嘿)

마땅히 말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잘못이다.
의당 침묵해야 할 자리에서 말하는 것도 잘못이다.
반드시 마땅히 말해야 할 때 말하고, 마땅히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해야만 군자일 것이다.
군자의 침묵은 현묘한 하늘 같고 깊은 연못같고 진흙으로 빚은 소상塑像 같다.
군자의 말은 구슬 같고 혜초 蕙草와 난초같고, 종과 북 같다.
-신흠, [어묵 語嘿篇]



칭찬(稱讚)

마을 사람이 모두 좋다고 해도 안되고, 다들 나쁘다 해도 안된다.
좋은 것은 좋다고 하고, 나쁜 것은 나쁘다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
-이제현, [역옹패설櫟翁稗說]





의심(疑心)

귀에다 대고 하는 말은 듣지를 말고, 다른 사람에게 말해서는 안될 이야기는 하지도 말게.
남이 알까 염려하면서 어찌 말하고 어이 듣는단 말인가?
이미 말을 해놓고 다시 경계한다면 이것은 남을 의심하는 것일세.
그 사람을 의심하면서 말한다면 멍청한 일이지.
-박지원, [답중옥答仲玉]


희로(喜怒)

기쁠 때의 말은 신의를 잃기 쉽고
성났을 때의 말은 체모를 잃기 쉽다.
-유계(兪棨,1607~1664), [잡지雜識]






자계(自誡)

가깝고 친하다 해서 나의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된다.
사랑하는 아내, 아끼는 첩이 잠자리는 같이해도 품은 생각은 다른 법이다.
부리는 종이라 해서 말을 함부로 해서도 안된다.
겉으로는 순종하는 것 같아도 속에는 다른 마음이 있다.
하물며 나와 가깝지도 않고, 부리는 사람도 아닐 경우임에랴.
-이규보, [자계명自誡銘]





강소(强笑)

뜻을 감춘 억지 웃음은 짓지를 말고, 까닭 없이 격분하지도 말라.
모름지기 일에 앞서 의심 많은 것을 막고, 훗날 한갓 후회할 것을 염려하라.
-이덕무, [사소절]


 

각고(刻苦)
느긋하게 되는 대로 아까운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 배우는 자의 가장 큰 병통이다.
만약 이러한 병통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비록 높은 재주와 아름다운 자질을 지녔다 해도 결단코 성취할 가망은 없는 것이다. '각고 刻苦'란 두 글자가 어찌 이러한 병통에 꼭 맞는 훌륭한 처방이 아니라!
-권상하, [우암선생수필각고이대자발 尤菴先生 手筆刻苦二大字跋]







법고(法古)
옛것을 본받는 사람은 자취에 얽매이는 것이 문제다.
새것을 만드는 사람은 이치에 합당치 않은 것이 걱정이다.
진실로 능히 옛것을 본받으면서 변화할 줄 알고, 새것을 만드면서 법도에 맞을 수만 있다면 지금 글이 옛글과 같다.
-박지원, [초정집서楚亭集序]

 


죽비소리 中       -정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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