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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6년

<책속글귀>-죽비소리 中 (by 주부독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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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姿勢)
집안 사람인 이광석 李光錫은 길을 갈 때 그림자를 밟지 않았다.
아침나절에는 길 왼쪽으로 갔고, 저녁에는 길 오른편으로 갔다.
갈 때는 반드시 두 손을 모두어 잡고 척추를 곧추세웠다.
일찍이 함께 3,40리를 가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이덕무(李德懋,1741~1793), [사소절 士小節)

 



제일(第一)
수많은 사람의 바다에 노닐면서 으뜸가는 사람과 벗함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선비가 아니다.
스스로를 돌아보아 으뜸가는 사람이 된 뒤라야 일류의 사람이 내게 이른다.
일류의 사람과 사귀고 싶다면 마땅히 먼저 스스로 으뜸가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제일이라는 것 또한 한가지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글 짓는 데 으뜸가는 것도 제일이요. 재주가 아뜸가는 것도 제일이며, 기술이 최고인 것도 제일이고, 모습이 가장 잘난 것도 제일이고, 말을 최고로 잘하는 것도 제일이다. 제일인 것은 한가지지만, 이런 것들은 모두 내가 말하는 제일은 아니다.
내가말하는 제일은 오직 덕이 제일인 것과, 학문이 제일인 것을 말한다.
-신흠, [택교편]

 

 

 

 

자경(自經)
경박함은 중후함으로 바로잡고, 급한 성격은 느긋함으로 고치며, 치우침은 너그러움으로 바루고, 조급함은 고요함으로 다스린다.
사나움은 온화함으로 다잡고, 거친 것은 섬세함으로 고쳐나간다.
-상진(尙震,1493~1564), [자경명 自警銘]







병통(病痛)
"내가 황상黃裳에게 문사 공부할 것을 권했다.
황상은 머뭇머뭇하더니 부끄러운 빛으로 사양하며 이렇게 말했다.
'제게 세 가지 병통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둔한鈍 것이요, 둘째는 막힌滯 것이며, 셋째는 답답한
憂 것입니다.'

내가 말했다. '배우는 사람에게 큰 병통이 세 가지 있는데, 네게는 그것이 없구나.
첫째 외우는 데 민첩하면 그 폐단이 소홀한 데 있다.
둘째로 글짓기에 날래면 그 폐단은 들뜨는 데 있지.
셋째 깨달음이 재빠르면 그 폐단은 거친 데 있다.

대저 둔한데도 천착하는 사람은 그 구멍이 넓어지고, 막혔다가 뚫리게 되면 그 흐름이 성대해지며, 답답한데도 연마하는 사람은 그 빛이 반짝이게 된다.


천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뚫는 것은 어찌하나? 부지런히 해야 한다.
연마하는 것은 어떻게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네가 어떻게 부지런히 해야 할까?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아야 한다.'


당시 나는 동천여사 동천여사東泉旅舍에 머물고 있었다.
" 내(황상)가 이때 나이가 열다섯이었다. 어려서 관례도 치르지 않았었다.
마음에 새기고 뼈에 새겨 감히 잃을까 염려하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61년 동안 독서를 폐하고 쟁기를 잡고 있을 때에도 마음에 늘 품고 있었다.

-황상(黃裳, 1788~1863), [壬戌記임술기]

 

 

 

용심(用心)
시험삼아 옛사람의 좋은 문장을 살펴보면 쓰고 있는 문장의 종류가 모두 평범하고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이지, 별도로 심오하고 어려운 글자를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꺼내와 토론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 문장은 절로 우리가 미칠 바가 아니다.
이는 다만 그 마음씀과 뜻을 둠이 우리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책을 읽는 법은 반드시 그 마음과 뜻의 묘한 곳을 얻어 안 뒤라야 바야흐로 효과를 볼 수가 있다.
-임상덕(林象德, 1683~1719), [통론독서작문지법通論讀書作文之法]





인기(忍饑)
고라니와 사슴의 무리
쑥대로 이은집.
창 밝고 사람은 고요한데
배고픔을 참고서 책을 보노라.
-송시열,[서화상자경書畵像自警]

 

 

심취(心醉)
대저 사람의 취함은 어떻게 취하느냐에 달린 것이지 반드시 술 마신 뒤를 기다릴 것은 없다.
붉은 꽃과 푸른 잎이 눈앞에 어질어질하면 눈이 혹 꽃과 버들에 취한다.
곱게 단장한 여인이 정신을 어지럽게 하면 마음이 혹 어여쁜 여인에게 취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이 사람을 달콤하게 취하게 하며 몽롱하게 만드는 것이 어찌 한 섬이나 다섯 말 술만 못하겠는가?
​-이옥,[묵취향서墨醉香序]





심술(心術)
학문하는 방법은 책 속에 자세히 실려 있다.
하지만 그 요점은 다만 심술心術을 바로잡는 데 있을 뿐이다.
심술이 바른 뒤에야 어버이를 섬기고 임금을 섬기고, 벼슬길에 입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온갖 이를 해낼 수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비록 능히 성현의 글을 읽고, 화려한 문장을 잘 짓는다 해도 마침내 또한 소인 됨을 면할 수가 없다. 힘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권근, [提州鄕校記]

 

 

 영단(靈丹)
책속에 엄한 스승과 두려운 벗이 있다.
읽는 사람이 진부한 말로 보아버리는 까닭에 마침내 건질 것이 없을 따름이다.
만약 묵은 생각을 씻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가만히 보면 넘실대는 성인의 말씀이 어느것 하나 질병을 물리치는 영약靈藥이 아님이 없다.
-김굉(金硡, 1739~1816), [각재하공행장覺齋河公行狀]靈丹]



중간(中間)
임백호林白湖가 말을 타려는데 하인이 나서며 말했다.
"나으리! 취하셨습니다요. 가죽신과 나막신을 한 짝씩 신으셨어요."
백호가 꾸짖으며 말했다.
"길 오른편에 있는 자는 날더러 가죽신을 신었다 할 터이고, 깊 왼편에 있는 자는 날더러 나막신을 신었다 할 터이니, 무슨 문제란 말이냐!"
이로 말미암아 논하건대, 천하에 보기 쉬운 것에 발만한 것이 없지만, 보는 바가 같지 않게 되면 가죽신인지 나막신인지도 분별하기가 어렵다.
그런 까닭에 참되고 바른 견해는 진실로 옳다 하고 그르다 하는 그 가운데에 있다.
-박지원, [낭환집서蜋丸集序]

 

 

죽비소리 中     -정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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