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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

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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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부
이전(吏典) 6조
1. 아전 단속[束吏]

 

 

지금의 향리는 재상과 결탁하고 감사와 연통하여 위로는 수령을 업신여기고 아래로는 백성을 수탈하니, 능히 여기에 굴하지 않는 자가 훌륭한 수령이다.

 

조선왕조 초기에는 아전의 횡포가 심하지 않았는데 임진왜란 이후부터 사대부의 녹봉이 박하여 집이 가난해지고, 또 나라의 재화가 모둔 훈련도감(訓練都監); 어영청(御營廳). 금위영(禁衛營). 총융청(摠戎廳). 수어청(守禦廳) 5군문(軍門)의 군사를 양성하는 데 들어가게 되니, 이에 따라 탐학하는 풍조가 점차 커지고 아전들 또한 날로 타락하여 오늘날에는 그 정도가 극심한 지경에 이르렀다. 내가 민간에 있으면서 그 폐단의 근원을 탐구해보니, 조정의 권귀(權貴)들이 뇌물을 받고, 감사가 축재하며, 수령이 이익을 나누기 때문이다.
취임하는 날에 여러 아전을 불러 "내가 떠나오는 날 아무개 재상이 아무개 아전을 부탁했는데, 이는 내가 명령을 내리기 전이므로 처음부터 깊이 다스리지는 아니하겠다. 오늘 명령을 내린 뒤로 만약 부탁하는 편지가 한 장이라도 관문에 들어오면, 그 아전은 일차 엄중한 형벌을 가하고, 영구히 내쫓아 다시 스지 않을 것이다. 내가 식언(食言)하지 않을 것이니 너희들이 지켜보아라." 하고, 이 명령을 크게 판에 새겨 아전들이 집무소에 걸어두게 하여 만약 범하는 자가 있으면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오랫동안 읍내바닥에 살면서 수령이 승진하거나 파직당하는 일이 오로지 아전의 손에 달려 있음을 보아옸따. 감영의 저리(邸吏)가 향리와 짜고 수령을 거짓으로 칭찬하거나 억울하게 무고하여 제 하고자 하는 바를 자행하는데, 이는 감사가 아전을 심복으로 믿고 수령을 염탐하기 때문이다.
 
잘못이 감사에게 있으니 수령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시비를 가리는 마음은 하늘이 준 바이니, 수령의 소행이 맑고 밝아 잘못이 없다면 향리나 저리가 이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수령의 소행이 불법해 간교한 아전에게 아첨해 빌붙어 자신의 불법을 덮고자 하면 한구멍을 겨우 막아도 다른 구멍이 또 터질 것이다.

 

 오직 스스로 닦는다는 자수(自修)' 두 글자가 오히려 해약을 멀리할 수 있는 좋은 계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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