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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8년

전태일 평전 -조영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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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감정에는 약한 편입니다
조금만 불쌍한 사람을 보아도 마음이 언짢아 
그날 기분은 울한 편입니다. 내 자신이 너무 그러한 환경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전태일의 수기에서





과거가 불우했다고 지금 과거를 원만한다면
불우했던 과거는 영원히 너의 영역의 사생아가 되는 것이 아니냐?
-전태일의 1969년 12월 31일 일기에서




아버지 전상수: 피복 제조업 계통의 봉제 노동자
어머니 이소선:친아버지는 그녀가 세 살 때 농촌에서 항일독립운동에 가담하였다는 혐의로 일제 경찰의 손에 끌려가 동네 뒷산에서 학살되었다.




밑바닥에서
태양은 마른 대지 위에 그 무엇이라도 태워버린 것같이 이글거린다.
열네 살의 한 소년이 허기진 배를 달래면서, 옛날 그가 살던 영도(影島) 다리 쪽으로 무거운 다리를 끌면서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국제시장 언 양화점 쇼윈도 그늘진 곳에서 잠시 갈증 나는 더위를 피하고 있다. 소년은 누구에게도 무엇에도 반항함이 없이 생각한다. 아, 저 사람들은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기에 전부가 다 행복한 얼굴들일까? 나는 왜 이렇게 배가 고파야 하고, 항상 괴로운 마음과 몸, 그리고 떨어진 신발에 남이 입다 버린 계절에 맞지 않는 헌 때 뭉치 옷을 입어야 할까? 누구 하나 그 소년의 의문을 풀어줄 사람은 없다.





실업자가 되어본 일이 있는 사람, 실업자인 아버지를 가져본 일이 있는 사람은 알리라. 그 지루하고 짜증 나는 불안하고 초조한 생활, 그 생활에 으레껏 따르는 폭음과 주정, 자학과 좌절, 부부싸움과 부자간의 불화, 그 숨 막히는 절망..... 굶주린들 무엇으로 배를 채울 것인가? 병이 든들 어디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겠는가? 자식이 자란들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다 같은 인간인데 어찌하여 빈(貧) 한 자는 부(富) 한 자의 노예가 되어야 합니까.
왜 가장 청순하고 때묻지 않은 어린 소녀들이 때묻고 부한 자의 거름이 되어야 합니까?
사회의 현실입니까? 빈부(貧富)의 법칙입니까?
-전태일의 1970년 초 작품 초고에서





노동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그 자신과 가족을 위하여
인간의 존엄성에 어울리는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공정하며 상당한 보수를 받을 권리를 가지며,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사회보장 방법으로써 보충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보장받기 위하여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여기에 가입할 권리가 있다.
-세계인권선언 제23조의 3.4항




모든 사람은 노동시간의 합리적인 제도 및 정기적인 유급휴가를 포함하는 휴식과 여가를 가질 권리가 있다.
-세계인권선언 제24조






인간을 물질화하는 세대.
인간의 개성과 참 인간적 본능의 충족을 무시당하고
희망의 가지를 잘린 채, 존재하기 위한 대가로
물질적 가치로 전락한 인간상(人間像)을 증오한다.
-전태일의 수기에서





결단
삼각산에 올라온 지 4개월가량이 지난 1970년 8월 9일, 전태일은 마침내 하나의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는 오랜만에 일기를 썼다.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
지금 이 시각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생을 두고 맹세한 내가, 그 많은 시간과 공상 속에서,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니 될 나약한 생명체들.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의 고향이로다....
오늘은 토요일. 8월 둘째 토요일. 내 마음의 결단을 내린 이날, 무고한 생명체들이 시들고 있는 이때에 한 방울의 이슬이 되기 위하여 발버둥 치오니 하나님, 긍휼과 자비를 베풀어주시옵소서.
-1970년 8월 9일









어쩌면 좀 잔인한 것 같지만
내가 지나온 길을 자네를 도안하고 또다시 지나지 않으면
고갈한 내 심정을 조금이라도 적실 수 없을 것 같네
내가 앞장설 테니 뒤따라오게.
-전테일의 1969년 9월의 수기에서





청옥 시절의 동창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으로 그가 우리 모두에게 남긴 유서의 전문은 다음과 같았다.

사랑하는 친우(親友)여, 받아 읽어주게.
친우여,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부탁이 있네. 나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영원히 잊지 말아주게
그리고 바래네. 그대들 소중한 추억의 서재에 간직하여주게.
뇌성 번개가 이 작은 육신을 태우고 꺾어버린다고 해도,
하늘이 나에게만 꺼져 내려온다 해도,
그대 소중한 추억에 간직된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을 걸세.
그리고 만약 또 두려움이 남는다면 나는 나를 영원히 버릴 걸세.
그대들이 아는, 그대 영역(領域)의 일부인 나.
그대들의 앉은 좌석에 보이지 참석했네.
미안하네. 용서하게. 테이블 중간에 나의 좌석을 마련하여주게.
원섭이와 재철이 중간이면 더욱 좋겠네.
좌석을 마련했으면 내 말을 들어주게.
그대들이 아는, 그대들이 전체의 이부인 나.
힘에 겨워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그리고 또 굴려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러 간다네. 잠시 쉬러 간다네.
어쩌면 반지(指環, 金力을 뜻함)의 무게와 총칼의 질타에
구애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않기를 바라는
이 수간 이후의 세계에서,
내 생애 다 못 굴린 덩이를, 덩이를,
목적지까지 굴리려 하네.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또다시 추방당한다 하더라도
굴리는 데, 굴리는 데, 도울 수만 있다면,
이룰 수만 있다면.....

전태일 평전 -조영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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