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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작가/마음속글귀-2020년

[엄마는 사람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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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글귀

 

 

일주일에 한 번씩

도서관에 들린다.

 

코로나 사태로 도서관이

문을 닫은지 2개월이다.

 

도서관에 갈 때마다

매번 혼자 계시는 엄마께 들린다.

근래에 도서관에는 못 가지만

매주 같은 요일에 엄마 집으로 간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밥상을 차려놓고 딸을 기다리신다.

 

결혼 전에는 그 고마움을 왜 몰랐을까.

일주일에 한번 호사를 누린다.

 

결혼 후에 집에 들어가자마자

밥을 차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힘드실까 하지 말라고 해도

먹는 밥에 숟가락 하나

더 얹으면 된다신다.

 

반찬의 종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그저 감사하게 먹는다.

지나면 보이고

해보면 안다고 했던가.

 

이제라도 알게 된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엄마의 방을 둘러본다.

자게농이 방의 3/1을 차지한다.

침대가 맞지 않으니

요 이불을 사용하신다.

어떤 날은 매트 위에

요 이불이 그대로다.

 

유리창문 아래로

화장대가 놓여있다.

 

화장대 위에는

벗이 되어주는 TV가 놓이고

옆으로 옹기종기

화분이 빼꼼히 꽃을 피웠다.

옷가지를 걸어놓은 옷걸이와

미니 선반이 보인다.

 

미니 선반은 외출 가방과 약봉지,

물컵을 올려놓는 용도이다.

형광등은 살짝 어두운 편이다.

조금 어두운 것이

편안하다고 하신다.

방 하나에

엄마의 손길과 온기가

고스란히 묻어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텃밭을 오가며 몸을 움직이고

재래시장을 다니며

활력을 늦추지 않으신다.

해가 있는 날은

잠시도 몸을 쉬지 않는다.

 

부지런함이 몸에 배어 있음은

어릴 적부터 보아온 터다.

몸이 좀 아프면 아픈 데로

조금 불편하면 불편한 데로

그저 그대로 움직이신단다.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우리 삶이 그러하듯

늘 좋을 수만은 없다.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을

일흔을 훌쩍 넘겨

여든을 바라보고 계신다.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몸에 배었을 터이다.

생동감 넘치는 배움의 책,

나는 일주일에 한번

엄마라는 사람책을 만난다.

 

-by 독(讀)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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