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대상포진에 걸리고부터 택배 일을 돕고 있다. 한 달하고 10일 정도 지났지만 대상포진은 아직 진행형이다.
택배 일을 도우면서 몸은 고되지만 걷는다는 것이 즐겁고 좋기도 하다. 지금껏 사무실에 앉아서 일을 했다.
걸으면서 일을 하는 것이 새롭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날씨까지 돕는 날이면 "택배가 체질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일하며 걸으면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나오는 눈사람의 글귀를 자주 떠올린다. 연탄조각으로 가슴에 박은 글귀는 "나는 걷고 싶다" 이 글귀를 떠올리며 마음껏 걸을수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 아닌가 싶어서다.
남편 일을 돕는다고는 하지만 작은 손수레에 작은 물건만 몇 개 배달하고 있다. 똥짐(부피 크고 무거운 짐)은 남편 몫이다.
도서관 다니면서 손수레를 끌어본 경험이 있어서 손수레를 아주 잘 끈다.~^^
하지만 한 번씩 운전(?)을 잘못하거나 물건의 균형이 맞지 않아 손수레에서 물건이 떨어지는 날도 있다.
오후에 일어난 일이다. 작은 박스 하나와 비닐포장하나 해서 2개의 짐을 손수레에 실었다. 물론 가벼운 짐이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운전미숙인가? 택배가 손수레에서 떨어졌다.
옆에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있었다. 물건이 바닥에 떨어졌다. 물건을 주으려는데 동시에 남학생도 물건을 주워주려고 한다.
손에 먼지 묻는다고 괜찮다고 말하고 떨어진 물건을 얼른 손수레에 실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 순간 마음이 따뜻했다.
생각할 시간도 없이 물건을 주워주며 도와주려는 학생의 마음이 느껴져서다. 오늘 남학생 덕분에 아주 기분 좋은 오후를 보냈다.
남편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남편도 기분 좋은 일이 있다고 한다. 택배사에 남편 앞으로 사원 칭찬글이 게시되었다고 한다. 1달에 2번 칭찬글이 올라오면 회사에서 선물을 한다. 택배에 쓰이는 물건이라 했다. 선물을 받아서 동료에게 나눠주었다며 기분 좋아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오후 물량을 배송하는데 남편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모바일 쿠폰이 도착했다는 거다.
비대면 시기지만 그 전에도 택배 물건 배달은 문 앞까지다. 택배 일을 하다 보면 쌀이나 절임배추나 김치같이 무겁고 양까지 많은 물건이 온다. 그런 경우 집안까지 들여다 주는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물론 물 한 잔도 없이 당연하게 여기는 분도 있지만 감사하다며 말로 표현하기도 하고 음료나 간식을 챙겨 주시도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들이 칭찬글을 올려주신다는 생각이 든다.
커피 쿠폰을 보내주시는 경우도 마찬가지인듯하다. 미안하거나 감사한 마음을 전해주시는 것이라 여겨진다.
남편은 부담스럽다고 말하며 곧이어 따뜻한 말 한마디만으로도 뿌듯하다고 했다. 오늘 하루 마음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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