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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8년

다산의 제자 교육법 中 -정민 엮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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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독서만이

오직 독서 한 가지 일만은 위로는 성현을 뒤쫓아 짝하기에 족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길이 일깨울 수가 있다. 음으로는 귀신의 정상(情狀)에 통달하고, 양으로는 왕도와 패도에 계책을 도울 수가 있어 짐승과 벌레의 부류를 초월하여 우주의 큼을 지탱할 수가 있다. 이것이 바야흐로 사람의 본분이다. 맹자는 '대체(大體)를 기르는 사람은 대인(大人)이 되고, 소체(小體)를 기르는 사람은 소인(小人)이 되어 금수와의 거리가 멀지 않다.' 고 했다.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는 데만 뜻을 두어 편안히 즐기다가 세상을 마쳐, 몸뚱이가 식기도 전에 이름이 먼저 사라지는 자는 짐승일 뿐이다. 짐승으로 사는 것을 원한단 말인가?
-<윤혜관을 위해서 준 증언> 


우리가 믿을 것은 독서뿐이다. 책 속에는 없는 것이 없고 할 수 없는 일이 없다. 성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고, 백성을 교화할 수도 있다. 귀신의 일을 알 수가 있고,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할 수도 있다. 책을 통해 우리를 들어 올리면 무엇이든 다 할 수가 있다. 그저 배부르고 등따스운 돼지의 삶에 더는 눈길을 주지 않게 만든다.
나는 네가 독서를 통해 마음을 기르는 대인이 되면 좋겠다. 의복과 음식을 탐하고 여색에 마음을 빼앗기는 소인배가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배불뚝이 부자로 살다가 죽자마자 이름이 사라져버리는 것은 짐승일 뿐이다. 그런 짐승의 길을 자랑스러워하지 않고 부끄러워하게 되기를 바란다.




소견이 염려스럽다

네 말씨와 외모와 하는 꼴을 보니 점점 태만해지는구나. 규방 안에서 멋대로 노는 데 빠져서 문학 공부는 어느새 물 건너가고 말았다.이렇게 할 것 같으면 마침내 하우(下愚)의 인간이 된 뒤에야 그치게 될 것이다. 들뜨고 텅 비어 실지가 없으니 소견이 참으로 염려스럽다. 내가 너를 몹시도 아꼈기에 마음속으로 슬퍼하고 탄식한 것이 오래다. 진실로 능히 마음을 세우고 뜻을 고쳐서 내외가 따로 거처하여, 마음을 쏟아 글공부에 힘쓸 수 없다면 글이 안 될 뿐 아니라 병약해져서 오래 살 수도 없을 것이다.
-<다산여황상서간첩>


"네 이놈, 고얀 놈! 결국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깜냥이었더냐. 장가들더니 말투도 건들건들하고 외모에 신경 쓰느라 근실한 몸가짐은 찾아 볼 수가 없구나. 글공부할 생각은 아예 없는 듯하니 그간 네게 쏟은 내 사랑이 아깝다. 그래. 잘한다. 계속 그렇게 해보거라. 어리석어 남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형편없는 인간이 되고 싶은 게로구나. 싹수가 노랗다. 소견머리가 한심하고 답답하다. 내가 마지막으로 한번 네게 말한다. 마음을 다시 다잡아 뜻을 고쳐먹어라. 그러자면 내외의 잠자리부터 따로 가져야 한다. 떨어져 지내며 글공부에만 마음을 쏟아야지. 네가 지금 하는 양으로 계속 가면 그간의 글공부가 공염불이 될 뿐 아니라 색에 곯아 일찍 병들어 죽고 말 것이다. 그래도 좋으냐? 그래야겠느냐? 못난 놈!"

이것은 깨소금 냄새 솔솔 풍기는 제자의 신혼살림에 찬물을 끼얹은 스승의 증언이다. 신혼의 단꿈에 빠져 있던 황상은 스승의 독한 편지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길로 스승 앞에 달려가 무릎을 꿇고 빌었다. 황상은 스승의 말씀에 따라 이따금 스승을 모시고 바람 쐬러 가곤 했던 강진 읍내 뒷산의 고성사(高聲寺)로 올라가 다시금 시 공부에 몰두했다. 그의 아내는 다산을 얼마나 원망했을까?



자신을 돌아보고 안목을 넓혀라

열 집 사는 고장에서 우뚝하다 해도 그가 도달한 바를 징험하기에 부족하다. 학문이란 모름지기 사해(四海)와 구주(九州)의 안목을 가지고서 자기에게 돌이켜보앙 한다. 또 천하의 책을 더욱 읽어서 스스로에게 물을 대주어야 한다.
-<열상필첩>


열 집 사는 작은 마을에서 최고의 기림을 받는다 해서 자족해서는 안된다. 학문은 사해와 구주를 눈 안에 넣고, 자신에게 비추어 반관(反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천하의 책을 더욱 부지런히 읽어서 자신을 삺고 돌아보지 않으면 안 된다. 공부에는 끝이 없다. 시골에서 대장 노릇하는 것이 무에 그리 자랑스럽겠는가? 크고 툭 트인 안목은 서책 속에 광대하게 열려 있다. 현재 내가 있는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 자족과 자만의 마음이 내 속에 들어앉는 순간 모든 것이 끝이다.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안목을 넓혀야 한다.

​다산의 제자 교육법 中   -정민 엮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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