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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작가/마음속글귀-2020년

기억 속의 옛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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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글귀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지.

그때는 휴대폰은 물론 없었고

초인종도 있는 집보다

없는 집이 많을 때야.

 

방학이 되면 넌 언제나

우리 집으로 달려와서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어.

"인옥아~ 놀~~자"

 

예전에는 이름을 부르는 것이 신호였지.

같이 놀자는 신호 말이야.

 

 

 

방학이 되어야만 너를 볼 수 있었어.

 

내가 사는 옆집이

바로 너의 외갓집이었으니까.

 

방학이면 넌 외갓집에 놀러 왔고

어김없이 나를 만나러 와줬어.

 

그 당시 무얼 하며 놀았는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기억조차 없어.

 

 

 

지금 생각해보면

너의 이름도 모습도 기억나지 않아.

어렴풋이 너의 이미지만 떠오를 뿐이야.

 

이목구비가 뚜렷한

도시적인 이미지에

목소리는 살짝 차가운 듯 가늘었지.

 

갸름한 얼굴과 외모는

어릴 적인데도 꽤 매력적이었어.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너를 볼 수가 없었어.

 

이유는 알 수 없어.

네가 외갓집에 다니러 오지 않았으니까.

난 이유도 모른 채 세월이 흘러버렸지.

 

 

가끔 아주 가끔 네가 생각나

문득문득 떠오르곤 해.

 

기억 속에서 넌 언제나

초등학교 저학년인 채로 말이야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는지

이제 어른이 되어버린 너를 상상하곤 해.

 

어떤 남자와 사랑을 했을까?

결혼을 했을까? 아이는 몇일까?

너를 똑 닳은 딸을 낳았을 거란

막연한 상상을 해 보곤 해.

 

 

길에서 우연히 만나더라도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없을지도 몰라.

 

혹여나 만나게 되더라도

어색함이 맴돌겠지.

우리가 살아온 긴 세월만큼 말이야.

너와의 짧은 추억이 꿈인 것 같아.

흐릿하고 분명하지 않아서

끊겨버린 필름 같으니까 말이야.

 

추억 속의 어린 동무인 너를

가끔 떠올린단다.

너도 나를 기억할지 궁금하기도 해.

어린 시절 짧은 시간

동무로 남아 있는 친구야.

 

어디에서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내렴.

 

-by 독(讀)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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