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진보] 95. 미인

고문진보 -화견 엮음

 

미인

-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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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둘도 없는 절세 미인이,

텅 빈 골짜기에 조용히 숨어 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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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는 원래 양가집 딸이었는데,

영락하여 의지할 곳 없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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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 땅이 옛날 전란에 짓밟힐 때,

형제들은 모두 죽임을 당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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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슬이 높았음을 말해 무엇하리?

육친의 골육조차 거두지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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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인정 몰락한 집안 싫어하니,

세상만사 촛불 옮기어 감과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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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경솔하고 야박한 사람이라.

새 사람 얻었는데 구슬같이 아름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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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혼초도 오히려 때를 알고,

원앙새도 홀로 자지 않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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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새 사람 웃는 낯만 쳐다보니,

어째 들으리요, 옛 아내의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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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있어야만 샘물이 맑은 거지,

산을 나오면 샘물이 탁해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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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가 구슬을 팔고 돌아와서는,

덩굴 당겨 초가의 지붕을 고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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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꺾어 머리에 꽂지 않으려고,

측백잎 따다 보니 이내 손 가득 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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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차져 비취빛 옷 얇긴 하지만,

해질 무렵 긴 대나무에 몸을 기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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