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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진보>

[고문진보]157. 도연명의 사진도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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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진보 -황견 엮음

 

도연명의 사진도

-사과

 


 

진나라의 도연명의 초상을 그린 그림에,

송대 강서시파의 한 사람인 사과가

도연명의 인물됨을

글로 지어 적어 넣은 시이다.


 

도연명 심양의

고향 마을로 돌아가,

명아주 지팡이에 부들 신 신고

한 폭의 두건 썼다네.

 

 

짙고 짙은 그늘 고목에선

꾀꼬리 울고,

아리땁고 아리따운 동쪽 울엔

서리 국화 찬연하네.

 

 

세상 어지러워 끝이 없었지만

마음 쓰지 않고,

살아가는 일 풍족치 못했어도

뜻 좇아 만족해 했네.

 

 

종묘와 명당에서 일한 자태로

쑥대 엮은 집에서 늙었는데,

좁은 집은 쓸쓸히

겨우 무릎 하나 들일 만했네.

 

 

큰아들은 우둔해서

글 공부 게을리했고,

막내놈은 어리고 철없어

배와 밤만 좋아했네.

 

 

늙은 아내 해 저물어

호미 메고 돌아오면,

함께 달팽이 집에서

흐뭇하게 한 차례 웃었네.

 

 

시 읊조려도 가슴 속 시름

다 풀지 못했으니,

취한 채 아이 불러

종이와 붓을 마치게 했다네.

 

 

이따금 좋은 글귀 얻기만 하면

그것 옮겨 적었는데,

오언은 평이하고 담박하기가

한결같았네.

 

 

농가에 술 익으면

한밤중에도 문 두드렸고,

머리에는 스스로

술 거르는 두건 쓰고 있네.

 

 

늙은 농부 때때로

뽕과 삼이 많이 자랐느냐고 묻고,

술병 들고 와 잔을 나누며

서로 친하게 지냈네.

 

 

한 바리 술에 곧장 취하면

북쪽 창 아래 누워,

한가롭고 느긋하게 스스로

복희 시대의 사람이라 했네.

 

 

이 분 도를 아셔

곤궁해도 또한 즐거워하셨으니,

얼굴 모습 시들지 않고

붉은 물 들인 듯했네.

 

 

선비들 마구 이리저리

어지럽고 흐린 길을 따르니,

산림에 은거하는 높은 뜻

쓸쓸하게 된 지 오래되었네.

 

 

구천에 계신 도공

지금 일으켜 세울 수만 있다면,

공의 대나무 수레

멘다 해도 싫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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