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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수학은 음악과 상극입니다.)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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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둘째형님께서는 깊이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答仲氏


수학은 음악과 상극입니다.

 

보내주신 편지에 1구(矩)* 하고 절반이라는 설은 참으로 확실하고 정미(精米)하여 경전의 본뜻에 적중하니 기뻐서 뛰고 싶은 마음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원서(原書)가 나오면 경()의 조목은 곧장 고치겠습니다. 매우 다행입니다.

 

차율법(差率法)*에 이르러서는, 이것은 바로 역수가(曆數家)의 차율이기 때문에 법(法)이 아무리 정미하다고 하더라도 악가(樂家)의 차율법과는 서로 전혀 합치되지 않는데,

 

더구나 셋으로 차등을 두는 영주구(伶州鳩)*에 이르러서는 어떠하겠습니까? 또 지금 이미 영주구의 말은 따르지 않으면서 셋으로 차등을 두는 것은 어떤 근거에서입니까?

옛사람의 법을 따를 만하면 따르고 어길 만하면 어기는 것인데, 이미 그 법을 버렸으면서 셋으로 차등을 두는 법만 가져다가 우리 법에 적용하려 하니, 어떻게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영주구의 법은 황종(黃鐘)으로 먼저 대려(大呂)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대려로부터 태주(太蔟)*가 나옵니다.

 

먼저 황종을 세워놓고 삼기(三紀)를 나열하며 삼기를 세워놓고 나서야 이에 육평(六平)을 만들며 육평이 세워지고서야 육간(六間)을 삽입하는데, 이때 간(間)이란 틈으로 육률(六律)의 틈에 끼워넣는다는 뜻입니다.

 

선생께서는 요즈음 수학(數學)을 전공하시더니 문자(文字)를 보면 반드시 수학적으로 해결하려 하시는군요.

 

이는 마치 선유(先儒)중에서 선(禪)을 좋아하는 사람이 불법(佛法)으로 [대학(大學)]을 해석하려던 것과 같고,

 

또 정현(鄭玄)이 성상(星象)을 좋아하여 성상으로 [주역]을 해석하였던 것과 같습니다.

 

이런 것은 어느 곳에 치우쳐서 두루 섭렵하지 못한 데서 오는 병통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고약(古樂)이 없어진 것은 전적으로 수학의 탓입니다. 수학이란 악가와는 상극입니다.

 

*구:척수(尺數). 길이의 단위

 

*차율법: 12율려(十二律呂)를 산축하는 방법으로 육률(六律). 육려(六呂)의 수리적 비율을 뜻한다. 곧 다산이, 고대 중국의 음악가들이 주장하는 곤륜산의 대나무를 불어서 육률.육려를 정하는 취율정성(吹律政聲)법을 부정하고, 육률.육려의 관계를 질서정연한 수리적 비율로 인식한 음률질서체계인 것이다.

 

*영주구: 악관(樂官)의 이름.

 

*황종.대려.태주:12주율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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