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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8년

​무엇이든 쓰게 된다 中 -김중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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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싶은 것도 나의 마음이지만, 한 발짝 물러서서 그걸 다듬고 싶은 것도 나의 마음이다. 분노를 가감없이 드러낸다면 솔직하다면, 무조건 좋은 글이 되는 것일까. 아니, 너무 많이 다듬게 되면 내 생각을 정확히 전달할 수 없는 게 아닐까. 끊임없는 질문에 나는 대답해야 한다. 글은 결코 완성될 수 없다. 어떤 문장은 제외되고 어떤 문장은 추가된다. 내가 던지는 질문에 내가 대답하면서, 겨우 산문을 아무리하고 나면 엄청난 허탈감에 빠지게 된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생각들을 포스트잇에 적어 모니터 옆에 붙여두기도 했다. 형광포스트잇은 눈에 잘 들어온다. 그러나 눈은 그 어떤 것에도 금세 익숙해진다. 거기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된다. 분명히 기기에 붙어 있다는 걸 알지만 보지 않고서는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생각은 포스트잇에 붙잡아 둘 수 없다. 붙잡아두면 생각은 썩어버린다. 붙여두기만 해서는 생각이 자라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의 포스트잇을 떼어버리고 머릿속의 어딘가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생각하는 대신 스크랩을 한다. 자료를 무조건 모아둔다. 웹서핑을 하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페이지를 보면, 일단 스크랩해둔다. 에버노트의 가장 편리한 점이 스크랩 기능이다. 사진도, 마음에 드는 문장도, 기사도 모아둔다.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저 모아둘 뿐이다. 어느날 어떤 글을 써야 할 때가 되면 그제야 모아두었던 스크랩을 뒤진다. 그때부터 생각이 시작된다. 거대한 자석을 들고 온 동네를 헤집으며 고철을 수집하는 마법사처럼, 생각의 파편을 천천히 끌어모은다. 메모를 할 때의 나보다는 메모를 판단할 때의 내가 더 믿음직스럽다. 메모는 취한 채로도 한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도 한다. 울면서도 한다. 시간이 흐르고 그 메모를 어떻게 이용해야 할 지 내가 다시 판단한다.

 

 






※하나의 문장을 마무리하는 세가지 방법
1.대화를 상상하는 힘이야말로 글쓰기의 개성을 만드는 시작점이다.
2.글쓰기의 개성을 만드는 시작점은 대화를 상상하는 힘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3.대화를 상상하는 힘이야말로 글쓰기의 개성을 만드는 시작점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1.은 머리로 마무리한 글, 자신의 주장을 선명하게 드러냈고, 자신감도 넘쳐 보인다.
2.는 가슴으로 마무리한 글이다. 머뭇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머뭇거림 때문에 오히려 읽는 사람이 생각할 여지가 많아진다.
3. 발이나 귀로 마무리한 글이다. 자신의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그 의견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느지, 그 의견에 동의 하는지 아니면 반대하는지의 시각점이 될 수 있다.
좋은글은 1,2,3,이 결합된 형태, 즉 머리와 가슴과 발과 함께 쓴 글일 확률이 높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들은 적도 있다.




※책을 읽을 때마다 매번 두 종류의 나를 만난다.
책에다 밑줄을 긋는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다.
1.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멋진 문장을 만났을 때
2. 내가 원하는 문장을 찾았을 때




글을 쓰기 위해서는 가까운 곳에 있는 것들을 잘 기억해야 한다. 부모님, 어린 시절, 어린 시절에 살던 동네, 친구들, 좋아하는 물건들, 잃어버린 물건들, 길렀던 강아지, 그 모든 기억들을 보기 좋게 포장한 다음 창고에 넣어두어야 한다.
인류는 기억 저장을 위해 문자 언어를 개발했지만, 언어에 의존하다 보니 자연적 기억력이 점점 감퇴하게 됐다. 문자로 기록하지 않으면 세세한 내용은 기억하기 힘들게 됐다. 즐겁든 고통스럽든 일단 적어야 한다.
"당시에는 지긋지긋했지만 이제 그 기억은 내 마음이 뜯어먹기 좋아하는 좋은 풀밭이 되었다."
-조지 오웰


 



시기심의 원인은 나의 불안에 있다. 다른 사람들은 매일 노력해서 뭔가 대단한 걸 만들어내는 거 같은데, 나만 멍청하게 가만히 앉아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다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자신만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시기심을 좋은 에너지로 바꾸려면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 나는 남들과 다르고, 자신만의 독차적인 가치가 있다고 믿어야 한다. 말처럼 쉽지 않다. 어떤 사람은 나를 보고 시기심을 느낄 수도 있겠지. 그러고 보면 우리는 서로를 시기하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 中  -김중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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