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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

​​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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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 저

 

목민심서[8부]형전(刑典) 6조

​ 1. 송사를 심리하기[聽訟]

 


 

 

가로막혀 통하지 못하면 민정(民情)이 그 때문에 답답하게 되는 것이니, 와서 호소하고 싶은 백성으로 하여금 부모의 집에 오는 것처럼 해주어야만 훌륭한 수령이라고 할 수 있다.

자하산인(紫霞山人)이 말하였다.

"어린아이의 병을 의서(醫書)에서는 벙어리과(啞科)라고 부르는데, 아프거나 가려워도 능히 스스로 말할 수가 없는 까닭에서다.

늘 보면 촌 백성들이 원통함을 호소하고 싶어도, 권세 있는 아전이나 간악한 좌수와 관련된 일이면, 이들의 노여움을 건드릴까 겁내 감히 밝혀 말할 수가 없다.

그런 까닭에 백성의 말하는 바가 오히려 모호한 데로 바져서 한결같이 사리에 어긋난 듯이 되고 마니, 이것이 그들이 벙어리가 되는 첫번째 이유이다.

또한 백성들은 법례(法例)도 모르고 문자도 모르므로 서당의 훈장이 소장을 대신 꾸미게 되는데, 이들이 어찌 공문서에 쓰는 이두식 문체를 알 것인가?

사건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빠뜨리고 중요하지 않은 부분만을 늘어놓는다. 본래 일의 이치로 보아서는 바른데 소장의 표현이 이치에 어긋난 듯하니, 이것이 그들이 벙어리가 되는 두번째 이유이다.

백성이 관아 뜰에 들어서게 되더라도, 마음과 혼이 두근거려 말이 나오지도 못하는데, 소송 상대방은 간사한 아전이나 간교한 호민이라 말솜씨가 대쪽을 쪼개 듯 듣기에 시원하다.

이자가 한번 크게 웃으며 공갈하면 백성은 억눌려 말이 막혀버리니, 이것이 그들이 벙어리가 되는 세번째 이유이다.

내가 옛날에 벼슬살이 하면서 늘 보면, 수령이 거드럭거리며 엎드리라고만 하여도 어리석은 백성은 매를 맞을 듯 양다리를 뻗으며 엎드리니, 마치 두꺼비가 물 위에 떠 있는 듯 측은하다.

요컨대 수령은 백성들의 송사 듣기를 마치 어리아이의 병을 살펴보듯 해야지 위엄과 억압으로 해서는 안된다."

[다산필담]에 일렀다.

"수령 된 자는 성질이 번거로움을 싫어하고 일에 밝지도 못해, 일단 소장을 접하기만 하면 모두 다 '조사하여 올리라'는 말을 급한 일을 때우는 방편으로 삼아 향청이나 담당 아전에게, 또는 향갑(鄕甲)이나 전감(展監)에게 맡긴다.

백성들이 하소연하고자 하는 바가 모두 이 무리들의 농간으로 이처럼 어지러이 얽히게 된 줄을 모르는 것이다.

비록 백성의 소장 안에 이들 몇 사람의 이름이 들어 있지 않다 하더라도, 일의 줄거리를 파헤치면 모두가 이 무리들과 닿아 있다. 백성들은 이들의 우세가 겁이 나 감히 드러내어 말하지 못할 뿐이다.

수령이 직접 나서서 조사해 밝히면, 반드시 이 무리들 가운데 응당 가볍게 곤장을 몇대 때릴 자가 있고, 곤장을 수십 대 때릴 자도 있으며, 돈을 토해내도록 해야할 자도 있을 터인데, 도리어 이 무리들로 하여금 그 일을 조사해 처리하라고 하니, 이 또한 억울하지아니한가?

어린아이가 호랑이에게 쫓기어 부모의 품속으로 뛰어드는데, 부모가 도리어 어린아이를 호랑이 입으로 내어던지면, 누가 이 사람을 자애롭다고 할 것인가? '조사하여 올리라'는 수령의 말이 어찌 이와 다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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