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목민심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728x90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진실한 시를 짓는 데 힘쓰거라

 

寄淵兒

1808년 겨울

 


 

학연이는 내 가르침을 받거라

 

네 동생 학유의 재주는 너에 비하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그런데 금년 여름 고시(古詩)와 운이 안 달린 부(赋)를 짓게 했더니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다.

 

가을 무렵에는 [주역(周易]을 베끼는 일에 힘쓰느라 독서를 많이 못했지만 그애의 견해는 제법이었다.

 

요즘은 [좌전(左傳]을 읽는데 옛 임금들의 전장(典章)이라든지 대부(大夫)들의 말 올리는 법도 등을 거의 다 배워 아주 잘 알고 있으니 꽤 볼만한 경지에 이르렀다.

 

그런데 너는 본래 네 동생에 비해 재주가 좀더 낫고 어렸을 때 독서한 것도 동생보다 더 잘 갖추어졌으니 이제라도 용맹스럽게 뜻을 세워 분연히 향학열을 돋운다면 서른이 넘기 전에 응당 대학자로서 이름을 얻을 것이다.

 

그런 뒤에는 쓰거나 버리거나 나아가 도를 행하거나 물러나 은거하는 일은 말할 필요도 없다.

 

자질구레한 시율 정도에 더러 명성을 얻는다 해도 쓸모없는 일이니, 아무쪼록 이번 겨울부터 내년 봄까지[상서(尙書]와[좌전]을 읽어야 한다.

 

비록 어려워서 읽을 수 없는 곳이나 난삽하고 의미가 깊은 곳일지라도 이미 다 주석이 달려 있으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잘 연구하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고려사(高麗史)] [반계수록(磻溪隨錄]*[서애집(西厓集]*[징비록(懲毖錄)]* [성호사설][문헌통고(文獻通考)]* 등의 책을 읽고 요점을 골라 옮기는 일도 그만두면 안되느니라.

네 학문도 점점 때를 넘기고 있는데 너는 집안 사정으로 봐서는 꼭 밖에서 유학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곳에 와서 나와 같이 지내는 것이 여러가지로 마땅할 테지만 대의를 모르는 집안 아낙네들이 틀림없이 놓아주지 않을 것 같구나.

 

네 동생의 학문이나 식견은 바야흐로 봄기운이 돌아 모든 초목이 움터오를 듯 한 기세로구나. 네 처지를 딱하게 여겨 동생을 보내려다가 차마 보내지 못한다.

 

지금 생각으로는 내년을 넘기고 경오년(庚午年)봄에나 보낼 수 있겠다. 너도 그날까지 허송세월을 해서는 안된다.

 

백번 생각해보아도 집에서 공부할 생각이라면 머물러 기다렸다가 네 아우와 서로 만나보고 교대하거라. 만약 그 사정이 전혀 희망이 없으면 내년 봄이 화창해진 뒤 온갖 일을 과감히 떨쳐 버리고 내려와서 같이 공부하자.

 

이는 단연코 결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첫째로 날로 네 마음씨가 무너지고 해동거지가 비루해지니 이곳에 와서 내 가르침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둘째로 안목이 좁고 다급해지는데다 뜻과 기상이 막히고 옅어지니 이곳에 와서 내 가르침을 받는 것이 좋겠다.

 

셋째로는 경전공부의 수준이 거칠고 재주와 식견이 공소(空疏)해졌기에 이곳에 와서 내 가르침을 받는 것이 좋을 것이다. 조그만 사정이야 돌아보거나 아까워해서는 안되리라.

 

*반계수록:반계 유형원(柳馨遠, 1622~73)이 현실문제 개혁의지를 가지고 31세 때부터 조사.연구하고 친우와의 토론을 거쳐 완성한 저술로 26권.

 

*서애집: 서애 유성룡(柳成龍, 1542~1607)의 문집

 

*징비록: 서애 유성룡이 임진왜란의 수난사를 기록한 책으로 16권 7책.

 

*문헌통고: 중국 원나라 때의 마단림(馬端臨)이 고대부터 송대(宋代)까지의 여러 제도에 관한 것을 정리한 책.

 

 

 

#유배지에서보낸편지 #정약용 #유배지에서보낸편지필사 #책소개 #책추천 #독서 #책읽기 #주부독서연구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