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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8년

죽음이란 무엇인가中 -셸리 케이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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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어나지 않는 편이 더 낫다는 비관론자들의 말에 동의하고 싶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세상에 우리처럼 운 좋은 사람이 또 있을까? 어쨌든 우리 모두는 엄청난 확률을 뚫고 세상에 태어난 행운아들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인간의 상황에 대해 자살이 결코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좋은 것을 더 누릴 수 없다는 것은 분명 슬픈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금 누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운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우주는 원자들이 소용돌이치면서 다양한 형태로 덩어리를 이루고 또다시 해체되는 과정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런 원자들 대부분은 생명체를 이루지 못한다. 대부분의 원자들은 인간의 몸을 형성하지 못해 사랑을 나누거나 석양을 감상하거나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도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선택받은 극소수의 행운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내가 좋아하는 글귀 하나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이 글은 미국의 소설가 커트 보네거트(Kurt Vonnegut)의 책 <고양이 요람>에 실려 있다.
보네거트는 임종을 맞이하는 순간 낭송할 기도문을 이렇게 읊조린다.

 

 


신은 진흙을 창조했습니다.
그러나 이로웠습니다.
그래서 신은 진흙 덩어리에게 말했습니다.
"일어나라."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덕과 바다와 하늘과 별, 내가 빚은 모든 것을 보라."
한때 진흙이었던 나는 이제 일어나 주위를 둘러봅니다.
운 좋은 나 그리고 운 좋은 진흙.
진흙인 나는 일어서서 신이 만든 멋진 풍경들을 바라봅니다.
위대한 신이시여!
오직 당신이기에 가능한 일. 결코 나는 할 수 없는 일.
당신 앞에서 나는 그저 초라한 존재일 뿐입니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내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유일한 순간은,
아직 일어나 주변을 둘러볼 기회를 갖지 못한 다른 모든 진흙들을 떠올릴 때,
나는 너무나 많은 것을 얻었지만, 진흙들 대부분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 영광에 감사드릴뿐.
진흙은 이제 다시 누워 잠을 청합니다.
진흙에게 어떤 기억이 있을까요.
내가 만나봤던, 일어서 돌아다니던 다양한 진흙들은 얼마나 놀라운지.
나는 내가 만났던 그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우리가 가져야 할 바람직한 감동은 두려움도 분노도 아니다.
대신 살아있다는 사실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일 뿐이다.
물론 분노와 마찬가지로 감사 또한 특정 인격체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 거라면,
그리고 비인격적인 우주를 인정한다면 감사 또한 적절한 감정은 아닐 것이다.
다행 정도가 적절할 것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中    -셸리 케이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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