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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귤

<책속글귀>-​이덕무 선집 中 (by주부독서연구소) ​ ​ ​산의 마음, 물의 마음, 하늘의 마음 篇 ​ 말똥과 여의주 ​ 말똥구리는 스스로 말똥 굴리기를 즐겨 하여 용이 품은 여의주(如意珠)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여의주를 품은 용 또한 여의주를 뽐내면서 말똥구리가 말똥 굴리는 것을 비웃지 않는다. ​ ​ 무심(無心)의​ 경지 ​ 늙은 어부가 긴 낚싯대에 가는 낚싯줄을 거울 같은 강물에 드리우고선 간들거리는 낚싯대에만 마음을 붙인 채 말을 않고 웃지도 않고 있을 때에는, 커다란 우렛소리가 산을 부순다 해도 들리지 않을 것이고 아리따운 여인이 한들한들 춤을 춘다 해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는 달마 대사(達磨大師)사 벽을 향해 앉아 참선할 때와 꼭 같은 경지이다. ​ ​ ​ ​ 물과 산을 닮은 사람 ​ 얼굴에 은연중 맑은 물이나 먼 산의 기색을 띠고 있는 .. 더보기
<책속글귀>-깨끗한 매미처럼 향기로운 귤처럼 中(by주부독서연구소) 篇 ​ 나 자신을 친구로 삼아 ​ 눈 오는 아침이나 비 오는 저녁에 다정한 친구가 오지 않는다면, 과연 누구와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 시험 삼아 내 입으로 직접 글을 읽어 보니 나의 귀가 들어주었고, 내 손으로 직접 글씨를 써보니 나의 눈이 보아 주었다. 내 이처럼 나 자신을 친구로 삼았으니 다시 무슨 원망이 있을 것인가. ​ ​ ​ ​가장 큰 즐거움 ​ 마음에 맞는 계절에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나 마음에 맞는 말을 나누며 마음에 맞는 시와 글을 읽는 일, 이야말로 최고의 즐거움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회는 지극히 드문 법. 평생토록 몇 번이나 만날 수 있을는지. ​ ​ ​ ​어리석은 덕무야! ​ 가난해서 반 꿰미의 돈도 저축하지 못한 주제에 가난에 시달리는 온 천하 사람들을 위해 은택을 베풀 .. 더보기
<책속글귀>-깨끗한 매미처럼 향기로운 귤처럼 中(by주부독서연구소) 篇 책밖에 모르는 바보 남산 아래 퍽 어리석은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말도 느릿느릿 어눌하게 하고, 천성이 게으르며 성격마저 고루하니 꽉 막혔을 뿐만 아니라, 바둑이나 장기는 말할 것도 없고 생계(生計)에 대한 일이라면 도통 알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남들이 욕을 해도 변명하지 않았고, 칭찬을 해도 기뻐하거나 즐거워하지 않았다. 오직 책 읽는 일만을 즐겨, 책을 읽기만 하면 추위나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배가 고픈지도 모른 채 책만 읽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스물한 살이 된 지금까지 하루도 옛 책을 놓아 본 적이 없었다. 그가 기거하는 방도 무척 작았다. 하지만 동쪽과 서쪽과 남쪽에 각각 창(窓)이 있어 해가 드는 방향에 따라 자리를 옮겨 가며 책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자기가 아직 보지 못했던 책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