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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인이 어느 날 한가하게 시장을 걷고 있다가 우연히 어느 가게의 한 통 속에 들어 있는
뱀장어를 보았다.
포개지고 뒤얽히고 짓눌려서 마치 숨이 끊어져 죽을 것 같았다.
이때 홀연히 그 중에서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나타나서 상하좌우전후로 끊임없이 멈추지 않고
움직이니 마치 신룡과 같아 보였다.
뱀장어들은 미꾸라지에 의해서 몸을 움직이고 기가 통하게 되었으며
생명의 기운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제 뱀장어의 몸이 움직일 수 있게 하고 기를 통하게 하여 뱀장어의 목숨을 건진 것은
모두 미꾸라지의 공인 것이 틀림없으나 그 역시 미꾸라지의 즐거움이기도 했던 것이다.
결코 뱀장어들을 불쌍히 여겨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고,
또 뱀장어의 보은을 바라고 그렇게 한 것도 아니다.
스스로 그 '본성에 따른' 것에 불과하다."
-왕양명의 수제자인 왕심재의 <추선부:미꾸라지에 대한 노래>에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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