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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란 뜻을 드러내면 족하다.
글을 지으려 붓을 들기만 하면 옛말에 어떤 좋은 말이 있는가를 생각하다든가
억지로 경전의 그럴듯한 말을 뒤지면서 그 뜻을 빌려 와 근엄하게 꾸미고
매 글자마다 엄숙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사람은,
마치 화공(畵工)을 불러 초상화를 그릴 때 용모를 싹 고치고서 화공 앞에 앉아 있는 자와 같다.
눈을 뜨고 있되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으며 옷의 주름은 꽉 펴져 이어 평상시 모습과 너무도 다르니
아무리 뛰어난 화공인들 그 참모습을 그려 낼 수 있겠는가.
글을 짓는 일이라고 해서 뭐가 다르겠는가.
말이란 꼭 거창해야 하는 건 아니다.
도(道)는 아주 미세한 데서 나뉜다.
도에 합당하다면 기와 조각이나 돌맹이인들 왜 버리겠는가.
이 때문에 도올이 비록 흉악한 짐승이지만 초나라에서는 그것을 자기 나라 역사책의 이름으로 삼았고,
무덤을 도굴하는 자는 흉악한 도적이지만 사마천과 반고는 이들을 자신의 역사책에서 언급했던 것이다.
글을 짓는 건 진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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