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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

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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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애민(愛民) 6조



6. 재난을 구함[救災]


재해(災害) 뒤에는 백성들을 쓰다듬고 편안히 모여 살게 해야 하니, 이 또한 수령의 어진 정사이다.

 

 


옛날에 김희채(金熙采)가 장련현(長連縣)을 맡았을 때 큰물이 나서 구월산이 무너져 매몰된 곳이 30리나 되고, 사람이 죽고 농사를 망친 곳이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가 시찰하자 백성들이 맞이하여 통곡하였고, 그는 말에서 내려 백성들의 손을 잡고 같이 통곡하였다.

 

백성들이 감동하고 기뻐하며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였다. 백성들이 울음을 멈추자 김희채는 원하는 바를 묻고 곧바로 산에서 내려와 순영(巡營)으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백성이 원하는 바를 모두 중앙에 보고하기를 요구하며 하루 종일 다투니, 감사가 괴롭게 여기며 "그는 인자하나 일에 어둡다"고 생각하여 장계(裝啓)를 올려 유능한 자와 바꿀 것을 청했고, 이조에서는 안협 현감과 서로 바꾸도록 허락하였다.

 

김희채가 벼슬을 버리고 돌아가려 할 때, 백성들이 길을 막고 말굴레를 잡은 채 열 겹이나 둘러싸 가지 못하게 했다. 그는 촌가(村家)에 10여 일 머물다가 백성들이 조금 해이해 지자 밤을 타서 도망치듯 돌아가니, 백성들은 고을 경계에 모여 어린애가 어미를 잃은 듯 울었다. 이를 보면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어진 마음에 있는 것이지 행정능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서구(李書九)가 평양의 부윤(府尹)으로 있을 때 평양에 불이 나 관청과 민가가 거의 타버렸다. 부윤의 일처리에 방도가 있고, 집 짓는 데 법도가 있어 관청 건물 수십 채와 민가 1만여 채가 일시에 새로 세워지고, 망하여 흩어지는 백성이 없으니,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은혜를 사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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