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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8년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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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어디서나 다 마찬가지니까 말야. 사람들은 대개 오로지 생각을 위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다가 약간 남아돌아가는 자유 시간이라도 생기면, 도리어 마음이 불안해져서 거기서 벗어나려고 온갖 수단을 다 쓴단 말이다. 아아, 이것도 인간의 운명이라고 할 것인가!




우리는 정말 얼마나 어린애 같은가! 단 한 번이라도 눈길을 보내주기를 이렇게 애타게 바라고 있다니! 정말 천진하다고나 할까! 나는 로테의 눈길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아아, 그녀의 눈동자는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옮겨 다녔다. 그러나 내게는, 내게는, 다른 사람 아닌 바로 이 내게는 쏠리지 않았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나 홀로 그 눈길을 단념하고 시름에 잠겨 서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로테에게 몇 천 번이나 잘 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끝내 내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말하자면 거들떠보지도 않은 거다!




인간들이 서로 이다지도 쌀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나는 내 가슴을 갈기갈기 찢고, 머리통을 부숴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아, 사랑이든, 기쁨이든, 정이든, 즐거움이든, 내가 남에게 베풀지 않는 한 나도 내게 주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남을 행복하게 하려고 해도 내 앞에 쌀쌀하고 힘없이 서 있는 사람에게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저녁
나는 이렇게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만다. 나는 이렇게도 많은 것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없으면 모든 것이 무(無)로 돌아가 버리고 만다.



 

그녀의 모습이 내게서 영 떠나질 않는다! 자나 깨나 그녀의 그림자가 내 마음을 완전히 점령하고 있다. 눈을 감으면, 이마 속으로 마음의 시력이 집중되어,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나타난다. 바로 이곳에 말이다. 자네에게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눈을 감으면 그것이 나타난다. 바다처럼 심연처럼 그녀의 눈동자는 내 앞에 내 속에 깃들이고 내 이마 속을 곽 채운다.

반신(半神)이라고 찬양받는 인간이란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 힘을 가장 필요로 하는 그 순간에 하필이면 힘이 빠져버리는 게 아닌가? 기뻐서 날뛸 때나, 슬픔에 잠겨서 가라앉을 때나, 무한한 자의 충일(充溢) 속으로 용해되어 들어가기를 바라는 바로 그 순간에, 인간은 덜미를 잡힌 채 무디고 냉철한 의식 속으로 끌려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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