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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6년

책속글귀- 헤르만헤세의 독서의 기술中 (by 주부독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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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장서

백권 천 권의 '베스트 도서'같은 것은 없다.
각자 끌리고 수긍하고 아끼고 좋아해서 특별히 선택하게 되는 책들이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훌륭한 장서란 '주문'으로 갖출 수 없으며,
각자 애착과 필요를 좇아 차츰차츰 모으게 되는 것이니,
이는 친구를 사귀는 이치와 똑같다.
그렇게 모은 장서라면 아무리 남보기에 변변치 않더라도
본인에게는 어쩌면 온 세상을 의미할 수도 있으리라.

몇 권 안 되는 책만 갖추고도 너무나 훌륭한 독자들도 얼마든지 있다.
농촌의 많은 아낙네들이 책이라고는 그저 성경밖에 모르고 그 한 권밖에 소유하지 못했어도,
그들이 그 한 권의 책에서 얼마나 많은 지식과 위로와 기쁨을 길어 올리는지는
입맛만 까다로워진 부자가 온갖 값비싼 장서에서 얻는 것에 비할 바 아니다.

그래서 책의 작용이란 수수께끼 같다.
아버지나 교사라면 누구나 자녀나 학생에게 시기에 맞게 양서를 읽히고자 애썼건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상한 관리와 조건이 아이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나이가 많건 적건 누구나 책의 세계로 들어가는 자기만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

누군가는 문학작품으로 독서를 시작하는 것이 수월하다고 느끼는 반면,
그런 작품을 읽는다는 것이 참으로 멋지고 감미로운 일임을 깨닫기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걸리는 사람도 있다.
호메로스에서 시작해서 도스토예프스키로 끝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도 있으며,
문학을 끼고 성장하여 나중에 철학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 또 그 반대도 있으니, 길은 수백가지다.


그러나 책을 통해 스스로를 도야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해 나가고자 하는 데는 오직 하나의 원칙과 길이 있다.
그것은 읽는 글에 대한 경의, 이해하고자 하는 인내, 수용하고 경청하려는 겸손함이다.
그저 시간이나 때우려고 읽는 사람은 좋은 책을 아무리 많이 읽은들 일고 돌아서면 곧 잊어버리니,
읽기 전이나 후나 그의 정신은 여전히 빈곤할 거이다.
하지만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듯 책을 읽는 사람에게 책들은 자신을 활짝 열어 온전히 그의 것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읽는 것은 흘러가거나 소실되지 않고, 그의 곁에 남고 그의 일부가 되어, 깊은 우정만이 줄 수 있는 기쁨과 위로를 전해주리라. (1908)

출처: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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