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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6년

책속글귀- 영혼의 자서전 中 (주부독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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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순교자 니체


어느날 생트주느비에브 도서관에서 독서에 몰두했던 나에게 한 소내가 다가왔다.
그녀는 어떤 남자의 사진이 실린 책을 손에 들었는데, 밑에 적힌 이름이 보이지 않게끔 손으로 가린 채였다.

허리를 굽히고 경이에 찬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그녀는 사진을 가리켰다.
'이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그녀가 물었다.
나는 머리를 저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하지만 이건 당신이에요. 아주똑같아요! 이마와 짙은 눈썹, 푹 들어간 눈을 봐요.

이 사람은 큼직한 콧수염이 축 늘어졌는데 당신은 수염이 없다는 점만 달라요.'
나는 깜짝 놀라서 사진을 보았다.
'그럼 이 사람이 누구죠?' 이름을 보려고 소녀의 손을 밀어내려 하며 내가 물었다.
'보면  몰라요? 이 사람 처음 보세요? 니체에요!'
니체라니! 얘기는 들었지만 나는 아직 그가 쓴 책을 한 권도 읽은 적이 없었다.
[비극의 탄생]이나[차라투스트라]도 안읽어 봤어요? 영원회귀나 초인에 대해서도요?
'하나도 못 읽었어요, 하나도' 나는 창피함을 느끼며 대답했다.
'잠깐 기다려오!'라고 소리치더니 그녀는 잽싸게 달아났다.
잠시 후에 그녀는 '차리투스트라'를 가지고 돌아왔다.
'여기 보세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당신에게 두뇌가 있기나 한지,

그리고 그 두뇌가 굶주렸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당신의 두뇌를 위한 견실하고 용맨한 양식이에요!'

그것은 내 살멩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들 가운데 하나였다.

미지의 대학새이 끼어들었던 덕택에 내 운명은 생트주느비에브도서관에서 기습을 당했다.

그곳에서는 온통 피투성이의 모습으로, 위대학 격렬한 투사인 그리스도의 적이 나를 기다렸다.(......)



나를 가장 감동시켰던 것은, 오 위대한 순교자여, 그대의 거룩하고 비극적인 삶이었다.

질병은 그대의 위대한 적이며 또한 가장 위대한 친구이고, 죽을 때까지 그대에게 변함없이 충실했던 유일자(唯一者)였다.

그것은 절대로 그대가 마음을 놓거나, 제자리에 머물게 내버려 두지 않았고,

여기라면 편하니까 더 가지 않겠다는 말을 하도록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다.

그대는 불꽃이어서 활활 타오르고, 꺼져서는 잿더미만 남기며 떠났다.

그렇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를 나는 안다.
불꽃처럼 지칠 줄 모르고
나는 타올라 소모된다.
무엇이나 내가 닿으면 빛이 되고
무엇이나 내가 떠나면 숯이 된다.
분명히 나는 불꽃이니라.

출처: 영혼의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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