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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6년

<책속글귀>-​이덕무 선집 中 (by주부독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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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마음, 물의 마음, 하늘의 마음 篇

말똥과 여의주

말똥구리는 스스로 말똥 굴리기를 즐겨 하여 용이 품은 여의주(如意珠)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여의주를 품은 용 또한 여의주를 뽐내면서 말똥구리가 말똥 굴리는 것을 비웃지 않는다.


무심(無心)의​ 경지

늙은 어부가 긴 낚싯대에 가는 낚싯줄을 거울 같은 강물에 드리우고선 간들거리는 낚싯대에만 마음을 붙인 채 말을 않고 웃지도 않고 있을 때에는, 커다란 우렛소리가 산을 부순다 해도 들리지 않을 것이고 아리따운 여인이 한들한들 춤을 춘다 해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는 달마 대사(達磨大師)사 벽을 향해 앉아 참선할 때와 꼭 같은 경지이다.




물과 산을 닮은 사람

얼굴에 은연중 맑은 물이나 먼 산의 기색을 띠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와 함께 고아한 운치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마음에 돈을 탐하는 속된 자태가 없으리란 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시와 그림

그림을 그리면서 시의 뜻을 모르면 그림의 조화를 잃게 되고, 시를 읊으면서 그림의 뜻을 모르면 시의 맥락이 막히게 된다.



​세상의 평화란

세상의 평화란 별게 아니다.

나보다 훌륭한 사람은 존경하여 흠모하고, 나와 동일한 사람은 서로 아끼며 사귀되 함께 격려하고,​ 나만 못한 사람은 딱하게 여겨 가르쳐 준다. 이렇게 한다면 온 세상이 평화롭게 될 것이다.

 
 



​싸움은 어디서 오는 걸까

'너'와 '나'를 차별하는 마음을 잊기만 한다면야 싸움이나 전쟁이 어떻게 일어날까?


 



망령된 생각

글이나 시를 짓게 되면, 때로는 너무 좋아 부처님의 뱃속에라도 감춰 두고서 오래도록 보관하고 싶을 때도 있고, 때로는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아 쥐의 오줌이나 받는 데 쓰고 싶을 때도 있다.
이 모두가 망령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참으로 통쾌한 일

새벽에 훌륭한 농부가 봄비를 맞으며 밭을 간다.
왼손에는 쟁기를 끌고 오른손에는 고삐를 쥐고서 검은 소의 등을 때리며 크게 고함을 지른다.
쩌렁쩌렁 울리는 고함 소리에 마치 온 산이 진동할 것만 같고 강물이 용솟음칠 것만 같다.
검은 소가 부드러운 흙을 밟으며 지나가면 그 자리엔 구름 덩이 같은 흙이 생기고 물고기 비늘을 나란히 겹쳐 놓은 것 같은 고랑이 열린다.
이 또한 세상에 통쾌한 일 가운데 하나이리라.



어제와 오늘과 내일, 바로 이 3일!

옛날과 지금의 차이도 따지고 보면 잠깐일 수 있고,
잠깐의 시간도 따지고 보면 옛날과 지금의 차이만큼 긴 시간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잠깐의 시간이 오래도록 쌓여 옛날과 지금이라는 긴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은 마치 수레바퀴가 굴러가듯 서로 교대하며 돌아가지만 늘 새롭다.
모두 이 세 가지 날 가운데 태어나고 이 세 가지 날 가운데 늙어 간다.
그러므로 군자는 어제와 오늘과 내일, 바로 이 3일에 유념할 뿐이다.


​망령된 사람과 논쟁하느니

망령된 사람과 논쟁하느니 차라리 한 잔 얼음물을 마시는 게 더 낫다.



참된 정(情)​과 거짓된 정

참된 정(情)이 펼쳐지는 것은 녹슨 철을 연못에 넣으면 부글부글 끓으며 이리저리 약동하는 것처럼 활기차고, 봄날 죽순(竹筍)이 온 힘을 다해 흙을 뚫고 나오는 것처럼 생기 있다.
반면 거짓된 정을 꾸며 대면 매끈하고 넓은 돌에 먹을 살짝 발라 둔 것처럼 겉만 번지르르하고 맑은 물에 기름이 떠 있는 것처럼 섞이지 않아 진실된 감정과는 거리가 멀다.
일곱 가지 감정 가운데 특히 슬픔은 가장 진실한 것이어서 가장하기 어려운 법이니, 슬픔이 지극하여 울음이 터지게 되면 그 참된 마음을 억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참된 정에서 솟구치는 울음은 뼛속에 사무치게 된다.
하지만 거짓된 울음은 겉으로만 그럴 뿐이어서 금방 표가 난다.
만사의 참과 거짓은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교활한 사람을 경계해야 하는 까닭

교활한 사람을 어찌 경계하지 않을 수 있으랴!
교활한 사람을 경계하는 것은 그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나를 공경하기 때문이다.

​깨끗한 매미처럼 향기로운 귤처럼 -이덕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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