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보호자
결혼하지 않고 사는 이모가 있다.
올해 64세.
79세인 엄마의 아래로 여동생이다.
외할머니가 살아계실때 이모의 결혼을 강요하셨지만 허사였다.
그렇게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이모가 위내시경과 장내시경을 한다며 연락이 왔다. 수면내시경으로 진행하기에 보호자가 이 필요하단다. 보호자가 필요한건 종합병원이라서일까?
다행히 난 요즘 시간이 자유롭다. 이모의 일일보호자가 되기로 했다.
대구 파티마 병원. 아침 7:40 집을 나선다. 출근길 차량통행이 많다.
병원까지 1시간 10분가량 걸렸다. 9시경, 지체할 시간없이 예약된 내시경검사실로 향했다. 간호사에게 대략적인 검사시간과 회복시간을 물으니 2시간 가량이라 답한다.
이모는 검사실로 향하고 난 검사실 앞 대기실에 앉았다. 괜히 기분이 이상하다. 대기하는 동안 정신을 깨워보려 따뜻한 커피 한잔을 준비한다. 그래서일까 두근거리는 심장이 더 빨라진다.
종합병원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간간이 엠블런스 소리가 들린다. 검사실 복도에는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들이 오간다. 이곳은 또 하나의 세상이다.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다.
커피를 연신 들이키는데 000님 보호자분~ 호출이다. 마시던 커피뚜껑을 닫고 급히 검사실로 향한다. 대장에 용종이 발견되었다. 내시경 중에 발견되면 제거를 한다. 검사실에 들어가기전 환자의 동의를 받던 기억이 스친다.
보호자의 확인을 요청했기에 확인차 들어갔다. 용종이 발견되어 제거를 할 것이고, 용종이 더 나오게 되면 입원후 제거해야 할 수도 있다는 짧은 설명을 듣는다. 곧이어 대기실로 나온다.
대기실에서 남은 커피를 홀짝인다. 커피잔이 바닥을 드러낸다. 회복하려면 아직 1시간 가량 더 기다려야 한다. 고개를 돌리며 주변 사람들을 바라본다. 다양한 사람들이 오간다. 대부분 60대~70대로 보여진다. 대기실이니 보호자들일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들 ..... 우리는 서로에게 보호자이며 서로를 돕고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내가 앉아있는 옆으로 수녀님 두분이 앉는다. 얼른 보아도 나보다 젊어보인다. 두분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이분들의 보호자는 누가 되어줄까? 결혼을 하지 않아 가정을 꾸리지 않았기에 배우자는 없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서로에게 보호자가 되어주지 않을까? 혈연관게가 아니어도 더 가까운 사이로 살아가기도 한다.
삶의 순간 순간이 배움이다. 책을 통해 배우고 경험을 통해 배우며 시간과 공간을 통해 배움을 이어간다. 지금 이 자리에서도 배움은 이어진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허투루 지나가지 않는다. 마냥 빈둥거릴때 조차도 우리는 생각하고 배운다.
모든 생명이 소중하고 모든날 모든순간이 소중하다. 살아있는 이 순간 모든것에 감사하고 모두에게 감사한다. 살아있는 순간이야 말로 기적같은 선물이다.
일일보호자를 하며 잠시 끄적인다. 그 사이 검사가 끝난 모양이다. 호출이다. 000님 보호자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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