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제21장, 황홀하기 그지없지만 그 안에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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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장
황홀하기 그지없지만 그안에
-도의 존재론적 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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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덕(힘)의 모습은 오로지 도를 따르는 데서 나옵니다.
도라고 하는 것은 황홀할 뿐입니다.
황홀하기 그지없지만 그 안에 형상​象이 있습니다.
황홀하기 그지없지만 그 안에 질료物가 있습니다.
그윽하고 어둡지만 그 안에 알맹이​精가 있습니다.
알맹이는 지극히 참된 것으로서, 그 안에는 미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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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이제까지 그 이름 없는 적이 없습니다.
그 이름으로 우리는 만물의 사원을 볼 수 있습니다.
내가 만물의 시원이 이러함을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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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도덕경       -老子 원전. 오강남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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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덕孔德"이라 했을 때 "덕"은 "미덕美德"이라고 할 때의 윤리적인 덕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덕'이란 "부모님 덕으로"라고 할 때라든가 덕택, 덕분, 은덕, 배은망덕 등의 말 등에서 밝혀지듯이 '힘', '능력', '은혜' 같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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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이란 도를 따르므로 세상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힘, 여유 같은 것이다.
물론 이런 덕을 가진 사람은 윤리적으로도 훌륭하겠지만 판에 박은 듯한 윤리규범을 지키기 때문이 아니다. 이러 사람은 윤리적 차원을 완성하고 이를 넘어서서 훌훌 자유로이 살아가는 능력 때문에 '덕'의 사람, '힘'의 사람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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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도 지적했지만 [도덕경]은 '도道'를 체득함으로 자유를 구가하는 삶을 살 수 있는 '능력德'을 갇도록 가르쳐주는 '말씀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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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에서도 자유를 만끽하는 참된 능력孔德, 그것은 도를 따른 데서만 가능함을 역설하고 있다.(여기서 '孔德'을 '공자님의 덕'이라 풀이하여, 공자님의 덕이 결국 노자님이 가르치는 도를 따르는 데서 나오는 것이므로 공자님의 책이 아니라 도가의 책을 공부해야 함을 말하는 것이라고 종파주의 입장에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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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도란 무엇인가? 이 장에서 도에 대해 다시 언급한다.
그러나 제4장에서는 주로 도의 '없음無'의 측면, '비존재'의 측면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데 반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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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도가 볼 수도 없고 잡을 수도 없이 미묘하고 '황홀'하지만 그렇다고 무의미하게 텅텅 빈 것이 아니라는 것, 그 속에 모든 것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뭔가가​ 들어있다는 '있음有'의 측면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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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는 '비존재(non being)'이지만 그것은 일반적 존재를 초월하고 모든 존재의 바탕이 되는 '비보통적인 존재(non-ondinary-being)'라는 ​뜻으로서의 비존재이지 존재와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비존재로서의 도는 존재의 근원으로서, 좀 철학적인 용어를 쓰면 '존재들보다 더욱 존재적'이다. 따라서 도의 '있음'의 측면도 무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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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도 안에 무엇이 있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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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형상象'이 있다고 한다.
현상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형상의 근본 모형으로서의 형상이다.
전에 언급한 것처럼 모든 형상에 그 꼴을 지어 주지만 그 자체로서는 형상이 있을수 없는 '형상 없는 형상無象支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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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안에는 또 '질료物'가 있다고 한다.
여기서 '물物'이란 개별적인 '물건(a thing)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실체라고 할까,
모든 존재 하는 것의 물질적 바탕이 되는 무엇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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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에는 또 정精이 있다고 한다.
정精이란 진수, 본질, 정신, 생명력등을 뜻한다.
정기 精氣, 정신精神, 정액​精液, 정수精髓, 정력精力, 인삼정人參精등의 낱말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뭐라고 딱잡아 번역하기가 곤란한 말이다. 여기서는 '알맹이'라고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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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알'이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것은 지극히 진실되고 참된 무엇으로서, 그 안에 신信이 있다고 한다. 미쁨, 믿음직스러움이라는 뜻인데 여기서는 우주의 편만한 법칙성, 규칙성, 주기성을 뜻한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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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도 자체는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고 잡을 수도 없는 무엇이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형상, 질료, 속알 등이 서로 어울려 세상의 모든 것이 생겨나게 하고, 이런 뜻에서 도는 모든 것의 근원이며 시원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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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도가 예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작용하고 있고 한시도 그 작용을 쉰 적이 없다.
지금 우리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아니 우리 자신도 모두 도의 덕택으로 존재하고 있다.
우리에게 만물으 깊이를 꿰뚫어볼 수 있는 형안만 있다면 지금도 순간순간 작용하고 있는도, 만물의 시원이며 우리 존재의 근거인 도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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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뜻에서 야스퍼스(Karl Jaspers)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현상 세계의 모든 것은 존재 자체(Being-itself)를 가리키는 암호(cypher)내지 상징" 이라 할 수 있다.
"눈 있는 자는 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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