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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4부, 학문은 반드시 해야 할 일)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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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4​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

 

정칠수*에게 당부한다

爲 盤山丁修七贈言


 

학문은 반드시 해야 할 일

 

학문은 우리들이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학문은 제일의 의리(義理)라고 하였으나 나는 이 말에 병통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땅히 유일무이한 것이 의리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대개 사물마다 법칙이 있는 것인데, 사람들이 배움에 뜻을 두지 않는다면 그 법칙을 따르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금수에 가깝다고 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첫째로 선(善)을 막고 도(道)를 어그러지게 하는 화두가 있으니, 바로 "가도학(假道學)은 진사대부(眞士大夫)만 못하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요즘의 이른바 사대부란 곧 옛날의 이른바 군자다(지위로 말하는 것이다-지은이).

도학이 아니면 군자라는 이름을 얻지 못하며 사대부라는 이름도 얻지 못한다. 그런데 어찌 도학과 상대하여 말을 할 것인가?

위학(僞學)이라는 명칭을 피하였다면 정주(程朱)*도 그 도를 세우지 못했을 것이고, 명예를 구한다는 비방을 두려워하였다면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그 절개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며, 곧다는 명예를 얻으려 한다는 혐의를 멀리했다면 급암(汲黯)과 주운(朱雲)*도 간쟁(諫諍)하는 데 나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경박한 무리들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벼슬살이할 때 청렴하게 지낸 것조차 모두 명예를 구하려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니, 이러한 무리들을 위하여 악(惡)을 따라야 할 것인가?

종족(宗族)이 대대로 수십여집이 함께 살면 한고을에서 선망 받는다. 그런데 그중 학자가 한 사람도 없으면 이것은 매우 수치스런 일인데, 잘난 체 얼굴을 내밀고 고개를 들어 마을을 누비고 다니니 부끄러운 일이다.

따라서 소년과 뒷사람이 본받을 바가 없어 점점 모두 미친 사람처럼 도의에 벗어난 말을 하고 어리석고 망령되어 결국 토호(土豪)나 향간(鄕奸)이 될 뿐이다.

첫째로 선을 가로막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하면 이것이 곧 학문인데, 어찌 꼭 겉으로 표방하며 기치를 세운 뒤에야 바야흐로 군자가 되는 것이겠는가" 하는 말이다.

이 말은 지극히 그럴듯해 이치에 맞는 듯하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이 사람의 마음속에는 선을 좋아하여 선으로 향하려는 뜻이 없으니, 어찌 효우(孝友)를 할 수 있겠는가?

명분이 바르게 선 뒤라야 일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자하(子夏)*의 어진 이를 어질게 여기되 여색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바꾸라"*는 장구(章句)와는 의미가 같지 않다.

 

활달하여 자유로움을 좋아하고 구속을 싫어하는 사람은 말하기를 "어찌 꼭 꿇어앉아야만 학문을 할 수있는 것인가"라고 하지만, 이 말 또한 잘못된 것이다.

무릇 사람은 경건한 마음이 일어날 때 저절로 무릎을 꿇게 되며, 꿇어앉은 자세를 풀면 속마음의 경건함 역시 해이해지는 것이다.

얼굴빛을 바르게 하고 말씨를 공손히 갖는 것은 꿇어앉지 않고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한 가지 일에 따라 스스로의 지기(志氣)가 드러나게 되니 끓어앉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진사(進士)가 되기를 바랐으나 머리가 세도록 뜻을 이루지 못한 사람도 있고, 겨우 관례(冠禮)를 행할 때부터 향교의 직임을 도모하였으나 운명할 때까지 뜻을 이루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학문에 있어서는 오늘 뜻을 세우고 그뒤 몇개월이 지나면 문득 사람들이 칭찬할 것이며, 진실로 학문에 힘쓰고 그치지 않으면 마침내는 덕을 이룬 군자가 될 것이다. 어찌 진사와 향교의 직임에 비교하겠는가.

 

과거학(科擧學)은 이단(異端) 가운데서도 폐해가 제일 혹독한 것이다. 양자(楊子)와 묵자(墨子)는 이미 낡았고 불씨(佛氏)와 노자(老子)는 크게 우원(迂遠)하다.

그러나 과거학은 가만히 그 해독을 생각해보면, 비록 홍수와 맹수라도 비유할 바가 못된다.

과거학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시부(詩賦)가 수천수(首)에 이르고 의의(疑義)가 5천수에 이르는 자도 있는데, 이 공(功)을 능히 학문에다 옮길 수 있다면 주자가 될 것이다.

유독 제방만을 쌓는 사람을 보지 못하였는가? 아무개는 수백금을 허비하고 아무개는 수천금을 허비했다.

그리하여 모두 집안을 망치고 재산을 탕진하여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한다. 그러므로 사람들 또한 그 전철을 밟지 않는다.

그런데 과거공부를 하는 선비 가운데는 낭패하고 뜻을 이루지 못한 사람이 이루 헤아릴 수 없는데도, 사람들은 오히려 어려서부터 머리가 희끗희끗 할 때까지 과거공부를 계속하니 그것 또한 지혜가 적은 것이다.

 

혹 시골에 사는데 총명하고 민첩한 지혜를 가져서 남보다 몇등급 뛰어난 말을 하여 사람들을 경탄시키는 자가 있으면 곧 그에게 과거시험을 준비하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자는 일찌감치 학문의 길로 들어서게 하거나 아니면 농사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옳다.

비록 총명하고 지혜가 있는 자라도 나이 서른이 넘도록 이룬 것이 없으면, 곧 마땅히 학문에 전념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아마 낭패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된다"는 교훈은 참으로 큰 용기가 없으면 실천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나이가 40, 50이 된 사람은 도리어 할 수 있다.

혹 고요한 밤에 잠은 오지 않고 초연히 도를 향하는 사람이 생겨나거든 이 기회에 더 확충하여 용감히 나아가고 곧게 전진할 것이지, 노쇠하다고 주저앉는 것은 옳지 않다.

 

 

 

 

*정수칠(丁修七): 자는 내칙(內則), 호는 반산(盤疝)으로 장흥(長興)에 살았으며 다산초당 18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학문이 높았다.

*정주: 송나라 대학자인 정자(程子)와 주자(朱子)

*백이.숙제: 고대 은(殷)나라의 유명한 충신으로 형제다.

*급암.주은: 한나라의 대표적이 직신(直臣)들이다.

*자하: 공자의 제자로 문학에 뛰어났다.

*[논어]에 나오는 구절로 원문은 현현역색(賢賢易色)으로 표현한다.

*[대학]에 나오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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