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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친구를 사귈 때 가려야 할 일)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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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임금이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되거라

示學淵家誡


친구를 사귈 때 가려야 할 일

 

몸을 닦는 일[修身]은

효도와 우애로써 근본을 삼야아 한다.

효도와 우애에 자기 본분을 다하지 않으면 비록 학식이 고명(高明)하고 문체가 찬란하고 아름답다 하더라도 흙담에다 아름답게 색칠해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 몸을 엄정하게 닦아놓았다면 그가 사귀는 벗도 자연히 단정한 사람이어서 같은 기질로써 인생의 목표가 비슷하게 되어(同氣相求) 친구 고르는 일에 특별히 힘쓰지 않아도 된다.

 

이 늙은 아비가 세상살이를 오래 경험하였고 또 어렵고 험난 한 일을 고루 겪어보아서 사람들의 심리를 두루 알게 되었는데,

 

무릇 천륜(天倫)에 야박한 사람은 가까이해서도 안되고 믿을 수도 없다.

 

비록 충성스럽고 인정있고 부지런하고 민첩하며 온전성을 다하여 나를 섬겨주더라도 절대로 가까이해서는 안된다.

이들은 끝내는 은혜를 배반하고 의(義)를 잊어먹고 아침에는 따뜻이 대해주다가도 저녁에는 차갑게 변하고 만다.

 

대개 온 세상에서 깊은 은혜와 두터운 의리는 부모형제보다 더한 것이 없는데 부모형제를 그처럼 가볍게 버리는 사람이 벗들에게 어떠하리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이치다.

 

너희는 이 점을 반드시 기억해두도록 해라. 무릇 불효자는 가까이하지 말고 형제끼리 우애가 깊지 못한 사람도 가까이해서는 안된다.

사람을 알아보려면 먼저 가정생활을 어떻게 하는가를 살펴보면 된다.

 

만약 옳지 못한 점을 발견할 때는 돌이켜 자기 자신에게 비춰보고, 나도 이러한 잘못이 있지 않나 조심하면서 그렇게 되지 않도록 단단히 노력해야 한다.

 

옛날에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와 남거(南居) 하공(韓公)*은 특별히 사이좋은 벗이었는데 두분모두 효자셨다.

 

또한 옛날 우리 할아버지와 사곡(沙谷) 윤정자공(尹正字公)*께서도 아주 사이좋은 벗이었는데 그분들도 효자셨다.

 

그렇기 때문에 그분들은 살아 계섰을 때 훌륭한 명성을 잃지 않으셨다.

 

나에게 이르러서는 벗을 고르는 일이 바르지 못하여 화살 끝을 갈고 칼날을 벼리며 서로 시기하는 사람들이 모두 내가 옛날 친히 사귀던 사람들이었기에 이 점을 반성하고 있다.

 

 

*남거 한공: 다산 아버지의 친구인 한광부(韓光傅)의 호.

 

*사곡 윤정자공: 사곡은 다산 할아버지의 친구인 윤명상(尹命相, 1716~58)의 호, 자는 신수(莘叟), 본관은 해평. 1752년 정시문과에 급제, 승문원 정자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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