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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벼슬살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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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벼슬살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임금께서는 벼슬하기 전부터 나를 알아주셨고 벼슬에 나온 뒤로는 나를 더욱 깊이 이해해주셨다.

 

임금 곁에서 중요한 정책을 수립할 때도 임금의 뜻과 내 뜻이 부합되었던 적이 많았는데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많았다.

 

그럼에도 마침내는 내 계획안과 정책이 역사책에 오르거나 공적이 많은 사람의 사적(史蹟)을 새겨놓은 종묘의 솥에도 새겨지지 않았음은 무엇 때문이겠느냐?

 

옛 성철들이 말하기를 "그 지위(地位)에 있지 않고서는 정사(政事)를 도모하지 않는다" 하였고, [주역(周易)]에는 "군자는 생각하는 범위가 그 지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회고해보면 그때는 나이가 어리고 식견이 얕아 이런 성철의 뜻을 알지 못했다. 아아! 후회한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임금을 섬기는 데는 임금의 존경을 받아야지 임금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 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또 임금의 신뢰를 받아야지 임금을 기쁘게 해주는 사람이 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아침 저녁으로 임금을 가까이 모시고 있는 사람은 임금이 존경하는 사람이 아니며, 시나 글을 잘하고 기예를 가진 사람도 임금이 존경한다고 할 수 없다.

 

글씨를 민첩하게 잘 쓰는 사람도 그렇고, 얼굴빛을 살펴 비위를 잘 맞추는 사람, 자주 벼슬을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사람, 위의가 장엄하지 못한 사람, 권력자에게 이리저리 붙는 사람 등을 임금은 존경하지 않는다.

 

 

경연(經筵)에서 온화하게 말을 주고받고, 일을 처리할 때 비밀히 부탁하고, 임금이 마음속으로 믿고 의지하여 서신이 아주 오고가고, 하사품이 자주 내려질지라도 그런 것을 총애나 영광으로 믿어서는 절대 안 된다.

 

뭇사람들이 노여워하고 시기하게 되니 결국은 재앙이 따르게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한단계의 승진도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이겠느냐? 임금 또한 늘 혐의받는 것을 피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 신하는 임금이 첩같이 다루고 노예처럼 부려먹으므로 혼자 매우 고달프고 힘들기만 하지 등용되기는 쉽지 않다.

 

무릇 초야(草野)에서 진출한 선비가 가장 좋은 것이니 그때는 임금이 그 사람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논(論)이나 책(策)같은 글만 올리는데, 그 글은 충성스럽고 굳세거나 간절해도 괜찮다.

 

미사여구의 문장 솜씨로 한세상에 회자(膾炙)된다 해도 그것은 광대가 등장하여 우스갯짓을 연출하는 행동 따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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