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목민심서>

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 저​

728x90


 제5부
이전(吏典) 6조

2. 관속들을 통솔함[馭衆]


관노(官奴)의 농간은 오직 창고에 있는데, 창고에는 아전이 있으니, 폐해가 대단치 않으면 그들을 은혜로 어루만져 때때로 지나친 것이나 막아야 한다.





여러 관속 중에서 관노가 가장 고되다. 시중드는 노비는 종일 뜰에 서서 잠시도 떠날 수가 없고, 수노(首奴)는 물자 구입을 맡고 있고, 공노(工奴)는 물품 제작을 맡고 있고, 구노(廐奴)는 말 키우고 일산(日傘)을 들며, 반노(房奴)는 방을 덥히고 뒷간을 치우는데, 수령의 행차에는 여러 관노가 모두 따라가야 한다.

노고는 이와 같지만 보수를 받는 관노는 푸줏간과 주방의 노비 그리고 창고지기에 불과하며, 그 보수라는 것도 낙정미(落庭米) 몇 섬일 뿐이니 어찌 딱하지 않은가?

그리고 창고지기는 반드시 원정(園丁)을 겸하는데, 원정은 1년 동안 남새를 대느라 빚을 지고 힘이 빠진 뒤에야 이 창고지기 자리를 얻게 된다.

그러므로 관노를 거느리는 깊은 오직 어루만지고 돌보아 은혜를 베푸는 데 있고, 농간을 방지해야 할 것은 오직 창고지기뿐이다.

읍례는 여러 가지로 다르니, 혹 관노가 농간을 부리는 폐단이 많은 경우에는 마땅히 엄하게 조사해 그 방자함을 막아야 한다.

시중드는 노비로서 농간하는 자는 백성이 관에 송사(訟事) 하러 오면 수령은 아무 말이 없는데 제가 나서서 성내어 꾸짖고, 수령은 부드럽게 말하는데 제가 나서서 고함을 지르고, 수령은 긴 말이 없는데 제가 나서서 잔소리를 하고, 수령은 아직 모르는데 나서서 중요한 비밀을 들추어 내고, 수령은 명령하지 않는데 큰소리로 매우 치라고 하여 백성의 비난을 사고 수령의 체모를 손상시킨다. 이러한 노비는 마땅히 거듭 엄하게 다짐해두고, 어기는 자는 처벌해야 한다.



관비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생인데 주탕(酒湯)이라고 하고, 또 하나는 비자(婢子)인데 수급비(水汲婢)이라고도 한다.

기생은 비록 가난하나 모두  돌봐주는 자가 있으니 수령이 보살필 필요가 없다. 오직 더러운 돈으로 수령의 옷을 바느질하지 못하게 하면 된다.

가장 불쌍한 이는 추한 용모의 수급비이다. 그들은 겨울에는 삼베옷을, 여름에는 무명 옷을 입고, 머리는 쑥대같이 하여 밤에는 물긷고 새벽에는 밥 짓느라 쉴 새 없이 분주하다.

수령이 이들을 보살펴 때때로 옷도 주고 곡식도 주며 그 지아비의 형편도 물어 소원도 이루어주면 좋지 않겠는가?

무릇 수령으로서 잘 다스리는 자에게는 반드시 아전의 원망이 있을 터인데, 만일 아전. 군교. 노비가 모두 수령을 원망하면 괴롭지 않겠는가? 강한 자에게는 원망을 받고 약한 자에게는 은혜를 베풀면 어질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매번 들으면 이웃 고을에서 노래와 춤으로 행락을 하면서 수천 냥의 돈을 기생에 주고, 기생은 그 돈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데, 그 돈의 반을 수급비들에게 베풀면 이들은 뼈에 사무치는 은혜를 평생토록 잊지 않을 것이다.

다른 수령은 더러운 소리를 퍼뜨리는데 나는 어진 소문이 나게 되니, 그 이해가 어떠하겠는가? 교체되어 돌아오는 날 성이 남문 밖에서 기생은 좋아라 웃고, 수급비는 눈물을 흘리며 울어야 현명한 수령이라고 할 수 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