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5년

<책속글귀- 유쾌한 창조中>

728x90

 

 

바다는 거대한 초록색 지우개

<젊음의 탄생> 에필로그 307~308쪽 재인용

 

바다야말로 거대한 그리고 불멸의 초록색 지우개가 아니겠는가.

바다에서는 어떤 관념도 파도처럼 일다가 금시 소멸해버린다.

산맥 같은 해일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곧 잔잔한 수평으로 돌아가버린다.

어떤 형태 어떤 색채도 바다는 허락하지 않는다.

파도의 형태와 마찬가지로 바다의 색채 역시 들판처럼 그렇게 파란빛 일색으로 생채기를 낼수는 없다.

그래서 호메로스는 바다를 포도주 빛에 비유하기도 한다.

누가 검게 출렁이는 밤바다와 황금빛으로 불타는 아침 바다를 같은 바다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들뢰즈의 말대로 바다는 많은 파도를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그것들을 소멸시킨다.

파도가 절정의 높이에 이르면 제가끔 흰 물방울을 흩어지면서 무너진다.

마치 "이만하면 됐어"라고 독백하듯이 작은 소리를 내면서

하나 하나의 파도들은 아무런 미련도 없이 사라져가는 것이다.

바다는 파도가 묻히는 거대한 무덤이고 침묵이다.

그래서 만약에 바다에게 의지가 있다면

그것은 생의 소요騷擾를 가라앉히고 달래는 "텅 빈 것"에의 그리움일 것이다.

그렇다. 분명히 바다는 언제 보아도 빈 항아리 속처럼 텅 비어 있다.

 

바다에 가거든 다시 그 지우개를 생각하라.

욕망과 지식을 수평으로 되돌리는 그 펀펀한 원초의 대지를 생각하라.

그리고 여름이 지나면 또 다시 시작하는 나의 작은 파도들을 달래기 위해서

텅 빈 공간을 준비해 두어야 할 것이다.

그 빈자리에 높은음자라표로 바람이 불면 어리고 싱싱한 초록색 파도들이 다시 생겨날 것이다.

젊음은 그렇게 탄생한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