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책소개,독서HAZA365>/책소개,독서HAZA-2021년

엄마의 뇌에 말을 걸다 -이재우 지음​​

728x90

책속글귀

저희 엄마처럼 뇌혈관성 치매로 전두엽에 문제가 생기면 전두엽 하단과 두정엽 쪽에서 관장하는 후각과 미각이 상실돼 입맛에 변화가 오게 됩니다.

맛을 느끼는 말초 감각신경이 손상된 상태이기 때문에 후각과 미각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식욕이 떨어져 평소 안 먹던 단맛이 강한 음식을 찾게 된다고 합니다.

엄마는 아프기 전 식생활 습관이 삼시 세끼 정량의 식사를 하고 간식을 잘 즐기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약과와 호박엿 같은 단맛의 간식이 눈에 보이면 적극적인 식욕을 보입니다.

저희는 엄마의 변화가 놀라웠습니다. 굳이 치매라는 병에 걸리지 않더라도, 인간은 늙으면서 대부분의 사람이 혀의 노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혀의 유두가 위축되면서 미각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인데요. 혀끝에서 두드러지게 느끼는 단맛과 짠맛이 덜 감지되고, 반대로 신맛과 쓴맛에는 더욱 예민해집니다.

엄마도 아프기 전 언젠가부터 입이 쓰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짠맛을 잘 느끼지 못해 점점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되는 이유도 입이 쓰기 때문입니다.

보통 45세 전후로 미각 세포가 감소하고 퇴화해 맛을 느끼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미각이 둔감해지는 또 다른 이유는 약을 과다 복용하는경우입니다. 약을 많이 먹으면 미각 세포의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연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미각을 둔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엄마처럼 약물 부작용으로 입마름이 심해지면, 침이 부족해 혀의 미각 세포 내 감각수용기에서 단맛 쓴맛 · 신맛 · 짠맛 등을 감지하기 어려워집니다.

낯선 사람과 식사를 거부하는 것은 엄마의 뇌가 신체와 외부 환경에서 들어오는 감각 정보를 받아들여 기억의 어떤 점과 연결시켜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연결점에는 시각 정보와 청각 정보, 후각 정보까지 포함됩니다. 낯선 아주머니의 음성, 몸동작, 생김새, 엄마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음식은 냄새와 색깔이 가장 기본적인 정보가 됩니다.

뇌는 우리가 자는 동안에도 활동을 합니다. 뇌의 척수액이 뇌혈관 화면을 따라 퍼지면서 뇌 안의 노폐물을 청소하죠. 알츠하이머성 치하의 원인으로 주목받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청소하는 것도 자는 동안 뇌가 하는 중요한 일입니다.

이처럼 깊은 잠을 잘 때 뇌에 쌓인 나쁜 단백질을 밖으로 배출해야 하는데, 수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뇌에 노폐물이 쌓여 치매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이미 병변이 생긴 상태의 뇌가 깊은 잠을 방해하는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생체 리듬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erstonin과 멜라토닌이 균형 있게 분비되지 않기 때문인데요. 우리의 생체 리듬은 계절, 낮과 밤, 일조량 등에 따라 미세하게 변화합니다. 멜라토닌은 세로토닌에 의해 만들어지고, 세로토닌이 다시 멜라토닌을 분비하게 합니다. 

뇌의 대뇌 피질 안에 송과선(솔방울샘)이 있는데 이곳에서 수면 사이클을 조절하는 멜라토닌을 생성합니다. 사람은 2개의 눈으로 사물을 보는데, 이는 빛이 반사된 것을 망막세포로 느꼈다는 얘기입니다. 눈 외에도 빛을 느끼는 기관이 바로 송과선입니다. 눈을 통해 들어온 햇빛을 기반으로 시간을 감지해서 밤이 되면 활동하는 뇌기관입니다.

멜라토닌은 엄마의 우울증과도 관련이 깊은 호르몬입니다. 보통 사람들에게서도 계절이 바뀔 무렵이면 우울 증세가 많이 나타나는데, 특히 일조량이 줄어들 때 그렇습니다. 일조량이 줄면 뇌에서 정서를 관장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적게 생산되면서 우울한 감정을 만든다고 합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들 대부분이 뇌신경 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잘 분비되지 않아 불면증을 호소합니다. 뇌는 몸을 통해 들어온 외부 정보를 기반으로 작동하는데 빛의 양은 생체 리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입니다. 깨어 있는 동안 우리 몸에 입력된 외부 정보를 잘 기억하기 위해 밤에 잘 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미 알려진 바 있습니다.

깊은 잠과 선잠의 모호한 경계선 즈음의 수면 상태를 렘수면이라고 합니다. 보통 렘수면에 있을 때 뇌가 가장 활성화된다고 하죠. 렘수면은 우리의 수면 중 25%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런 렘수면이 기억력에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수험생들이 잠을 안 자고 공부한다고 해서 공부의 효율성이 높은 것만은 아니라는 거죠.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들 대부분이 겪고 있는 수면 장애는 뇌에서 낮과 밤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분비가 원활하지 않아 나타나는 증상이며, 오랫동안 불면을 호소했다면 기억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낮에 활동을 많이 시키라는 의사 선생님의 당부가 있었지만, 엄마한테는 낮에 활동할 만한 것이 많지 않았습니다. 날씨가 춥거나 너무 더울 때를 제외하고 하루 한 번씩 산책을 시켜드리려고 애를 쓰는 정도였죠.

엄마의 감정 상태가 괜찮을 때는 주방에서 요양사가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콩나물 다듬기나 콩 껍질 까기 같은 간단한 활동을 시키면 곧잘 하셨습니다.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면, 뇌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보통 뇌 수술을 받았거나 뇌졸중, 허혈성 뇌질환을 가진 사람의 뇌는 안쪽 관자엽 손상이 두드러지고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깁니다. 안쪽 관자엽은 뇌에서 편도체와 해마, 그리고 이들 주변의 피질을 아우르는 큰 부위에 해당합니다. 기억을 잃은 환자들은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지 못하는 유형과 이미 형성된 기억조차 훼손된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신경학적으로 부상이나 병에서 비롯된 기억상실증은 심인성 기억상실증과 구별되는데요. 대부분의 기능성 또는 심인성 기억상실증은 새로운 학습을 하는 능력을 해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엄마의 뇌에 말을 걸다  -이재우 지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