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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소개,독서HAZA-2021년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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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글귀

 

삶을 바꾼 만남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

 

-정민 저

 


 

 

​2013년도에 읽은 책이다.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책에서 느껴지는 단어는 애절함, 기다림,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 의리와 우정, 시와 공부, 스승과 제자, 우직함, 성실함이다. 이 모든 단어가 어우러진 책이다.

책을 들추며 마음이 동하여 울컥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두 차례 눈물도 훔친다.

 

책을 읽으며 마음이 저려오는 느낌이 참으로 오랜만이다. 좋은 책이 주는 감동 때문이다.

편지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오랜 시간이 지나 만나고 다시 시간이 흐르고 생에 걸쳐 천천히 펼쳐지는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은 진한 감동을 선물한다.

스승과 제자가 마음을 전하는 수단은 편지였다. 한 분의 스승으로 인하여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고 그로 인한 끈끈한 정을 이어가며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이어간다.

 

산석이라는 아이가 15세에 스승인 다산 정약용을 만나 인생의 전반적인 영향을 받았다.

산석은 황상의 어릴 적 이름이다. 스승의 가르침을 우직하게 지키며 살아간다. 스승의 가르침은 삼근계이다.

 

"내가 산석에게 문사 공부할 것을 권했다. 산석은 머뭇머뭇하더니 부끄러운 빛으로 사양하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세 가지 병통이 있습니다.

 

첫째는 둔한 것이요.

둘째는 막힌 것이며,

셋째는 답답한 것입니다."

 

내가 말했다.

"배우는 사람에게 큰 병통이 세 가지가 있는데, 네게는 그것이 없구나.

 

첫째,

외우는 데 민첩하면

그 폐단이 소홀한 데 있다.

 

둘째,

글짓기에 날래면

그 폐단이 들뜨는 데 있지.

 

셋째,

깨달음이 재빠르면

그 폐단은 거친 데 있다.

 

대저 둔한데도 들이파는 사람은 그 구멍이 넓어진다. 막혔다가 터지면 그 흐름이 성대해지지. 답답한데도 연마하는 사람은 그 빛이 반짝반짝 빛나게 된다.

 

뚫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틔우는 것은 어찌하나?

부지런해야 한다.

 

연마하는 것은 어떻게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네가 어떻게 부지런히 해야 할까?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아야 한다."

p37

[임술기]-황상

 

 

다산은 때론 따끔한 회초리 같은 글을 주고 때론 달콤한 칭찬의 글을 주면서 ​​​제자에 대한 사랑을 키웠다.

스승이 생을 마감하기 전 제자와의 만남은 눈물 없이 볼 수 없다. 눈앞이 흐려지더니 뜨거운 눈물이 떨어진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함께 그려보았으면 한다.

넣어 두거라

 

이튿날 새벽은 2월 29일이었다. 황상은 스승에게 작별의 큰 절을 올렸다. 스승의 표정은 뜻밖에 담담했다. 정신이 맑지는 않았지만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황상의 절을 받고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내밀자, 황상이 무릎걸음으로 다가가 그 손을 잡았다. 표정 없이 가늘게 떨리는 손은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스승이 고개를 돌려 아들 학연을 보았다. 학연이 아버지의 문갑을 열더니 작은 꾸러미 하나를 꺼냈다.

 

-넣어두게. 아버님이 자네를 위해 준비한 것일세.

 

-무슨 말씀이 온 지.

 

-엊저녁 자네가 오늘 돌아간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잠깐 정신이 돌아오셨을 때 이걸 직접 쓰셨네. 받게.

 

-선생님!

황상은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스승이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호물호물 웃었다. 이것이 마지막 작별이 되기라는 것을 두 사람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꾸러미 위 작은 종이에 낯익은 스승의 글씨가 보였다. 평소답지 않게 필치가 많이 흔들려 삐뚤삐뚤했다.

​ 送黃子中 황자중에게 준다.

 

​奎章全韻一件 [규정전운] 한 건

唐筆一枝 중국 붓 한 자루

唐墨一錠 중국 먹 한 개

扇子一把 부채 한 자루

烟杯一具 연배 한 개

路費 錢二兩 여비 돈 두 냥

​​​

 

꾸러미 안에는 [규장전운](조선 후기 이덕무 등이 편찬한 한자 운서(韻書) 작은 책자 한 권과 중국제 먹과 붓 하나, 부채 한 자루와 담뱃대 하나가 들어 있었다. 엽전 두 꿰미는 따로 묶여 있었다.

 

다산의 꼼꼼함이 이러했다. 그는 제자가 먼 길을 돌아갈 때 배를 곯을까 봐 여비까지 따로 챙겨두었다. 황상은 못난 제자에게 구려고 의식이 혼미한 중에도 힘겹게 글씨를 썼을 스승을 생각하며 울음을 삼켰다.

 

-[규장전운]을 왜 넣었는지 알겠는가? 먹과 붓도. 이제라도 그간 접어두었던 시 공부를 다시 시작하란 뜻이시네. 더우면 부채를 부치고, 힘들면 담배도 한 대 피우게. 쉬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란 뜻이시네.

p404

 

 

스승이 돌아가신 후 아들 정학연은 황상에게 정황계(丁黃契)를 맺기를 제안했다. 두 집안의 부자와 자손의 성명과 자호(字號), 나이 등을 차례로 적고, 돈독한 의지를 서술하여 대대로 우의를 이어갈 수 있도록 증서를 만들자고 했다. 황상은 마다하지 않고 흔쾌히 동의했다.

​이어 남은 생을 편지를 이어가고 가끔 왕래하며 형제나 다름없는 우의를 지켰다.

 

우연히 다시 집어든 책 덕분에 진한 감동을 선물받았다. 책 덕분에 마음이 가득찬다. 삼근계의 가르침으로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으며 다시 힘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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