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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4부, 몸의 굶주림보다 기의 굶주림을 조심해야)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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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4​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

 

기어자흥*에게 당부한다

爲騎魚慈弘贈言


 

 

몸의 굶주림보다 기의 굶주림을 조심해야

나는 뜻이 큰 선비는 도(道)를 걱정해야지 가난을 걱정해서는 안된다고 들었네.

대체(大體)를 기르는 것을 도라고 말하고, 소체(小體)도 기르지 못하는 것을 가난이라고 말하네.

맹자는 자신의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잘 기른다고 하면서, 여기서의 기(氣)란 의(義)와 도를 배합한 것이니 이것이 없으면 정신이 굶주린 상태가 되어버린다고 하였네.

이런 기의 굶주림은 몸의 굶주림보다 더 근심할 일이네. 이러한 이유로 도에 대한 근심을 지녀야지, 가난에만 근심을 두어서는 안되네.

어떤 사람의 예를 들어보세. 그가 일생 동안 아름다운 옷에 맛있는 음식을 먹고 거대한 집과 성대한 장막 속에서 살면서도 도를 듣지 못하고 죽었다면 죽는 그날로 몸과 함께 이름도 없어져버리네.

그런 사람이야 동물과 같아서 공작, 비취, 범, 표범, 황새, 두루미, 거미 등의 무리와 다를 게 없는 것이네.

 

그렇지만 세상사람들은 언제나 바삐바삐 서두르면서 살아간다네. 닭이 울면 일어나 부지런히 힘쓰면서 그만둘 수 없는 것은 소체를 기르는 데 있을 뿐, 맹자께서 말한 기를 기르는 것은 하찮게 여기고 힘쓰지 않는다네.

큰 선비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탄스럽지 않겠는가? 불교의 원리가 비록 허탄하기는 하지만, 말해지는 바와 참과 거짓, 유무(有無)의 개념은 우리 유교의 본연지성(本然之性), 기질지성(氣質之性)의 분별과 같다네(수도승인 자홍은 수정사(水精寺)*에서 사는데, 금년 가을에 능주(綾州)로 밥을 구하러 간다기에 경계삼도록 이 글을 써준다-지은이)

 

 

 

*기어자홍: 기어(騎魚)는 호이고 자홍(慈弘)은 법명이다. 아암혜장(亞菴惠藏)은 다산과 가까운 학승이었는데, 자홍은 바로 아암의 제졸 다산과도 자주 접촉했던 스님이다.

 

*수정사: 전라남도 강진군에 있는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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