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내가 유배지에서 죽으면
나는 요즘 신경통과 중풍이 심하여 오래 살 수 없을 것 같다. 조심조심 건강에 유의하여 몸에 해가 될 일을 하지 않는다면 조금 더 살 수는 있겠지.
그러나 세상일이란 미리 정해두는 게 제일 나으니, 오늘은 내가 죽은 후의 일에 관해서 몇마디 하겠다.
옛날 예(禮)로 싸움터에 나가서 죽은 사람은 선조들의 무덤이 있는 선산에도 묻지 않았는데, 이는 그 몸을 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순자(荀子)]*에는 죄인에게만 해당하는 상례(喪禮)가 따로 있는데, 욕됨을 드러내 경계하고자 한 듯하다.
내가 만약 이곳 유배지에서 죽는다면 이곳에다 묻어놓고 국가에서 그 죄명을 씻어준 후에야 반장(返葬)*하는 게 마땅할 것이다.
너희들이 예의 뜻을 잘 알지 못하여 나의 유언을 위반한다면 어찌 효자라 하겠느냐?
어쩌다 다행히 은혜를 입어 나의 뼈가 고향 땅에 돌아갈수만 있다면, 죽음이야 슬픈 일이지만 반장하는 것은 또한 영광스러운 일이다.
이 나라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 사람이 죽은 후에 죄명에서 벗어나 은혜를 받았음을 알게 해준다면 길에서라도 빛이 날 일이 아니겠느냐? 조용히 생각하여 각별히 따르도록 해야 한다.
*순자: 중국 전국시대의 유학자 순황(荀況)이 지은 책. 이름으로도 쓴다.
*반장:외지에서 죽은 시체를 고향 땅으로 옮겨 장사 지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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