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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 -김구 지음
서대문감옥으로
어느날 간수가 와서
나를 면회소로 데려갔다.
누가 왔는가 하고 기다리노라니,
판자 벽에서 딸깍 하고
주먹이 하나 드나들 만한 구멍이 열렸다.
그리고 내다보니
어머님이 서 계셨고,
곁에 왜놈 간수가 지키고 섰다.
근 일고여덟 달 만에
면회하는 어머님은
태연하신 안색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네가 경기 감사나 한 것보담
더 기쁘게 생각한다.
네 처와 화경이까지 데리고 와서
면회를 청했는데,
한번에 한 사람밖에 허락하지 않는대서
네 처와 화경이는 저 밖에 있다.
우리 세 식구는 평안히 잘 있다.
옥중에서 몸이나 잘 있느냐?
우리 근심 말고
네 몸이나 잘 보중하기 바란다.
만일 식사가 부족하거든
하루에 사식 두 번씩을 들여주랴?"
오랜만에 모자 상봉하니
나는 반가운 마음과 더불어,
저같이 씩씩한 기절(氣節)을
가지신 어머님께서
개 같은 원수 왜놈에게
자식 보여 달라고 청원하였다고 생각하니
황송한 마음이 그지없다.
다른 동지들의 면회 정황을 들어보면,
부모 처자가 와서 서로 대면하면
울기만 하다가 간수의 제지로
말 한마디도 못하였다는 것이 보통인데,
우리 어머님은 참 놀랍다고 생각된다.
나는 17년 징역 선고를 받고 돌아와서
잠은 전과 같이 잤어도
밥은 한 끼를 먹지 못한 적이 있는데,
어머님은 어찌 저렇게 강인하신가 탄복하였다.
나는 실로 말 한마디를 못하였다.
그러다 면회구구가 닫히고,
어머님께서 머리를 돌리시는 것만 보고,
나도 끌려 감방으로 돌아왔다.
어머님이 나를 대하여서는 태연하셨으나,
돌아서 나가실 때는
반드시 눈물에 발부리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어머님이 면회 오실 때
아내와는 물론 많은 상의가 있었을 것이요.
내 친구들도 주의를 해드렸을 듯하지만,
일단 만나면
울음을 참기가 지극히 어려울 것인데,
어머님은 참 놀라운 어른이다.
-2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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