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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노트,독서HAZA365>/독서노트-2020년

[백범일지] 어머니는 참 놀라운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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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 -김구 지음

 


 

서대문감옥으로

 

어​느날 간수가 와서

나를 면회소로 데려갔다.

 

 

누가 왔는가 하고 기다리노라니,

판자 벽에서 딸깍 하고

주먹이 하나 드나들 만한 구멍이 열렸다.

 

 

그리고 내다보니

어머님이 서 계셨고,

곁에 왜놈 간수가 지키고 섰다.

 

 

근 일고여덟 달 만에

면회하는 어머님은

태연하신 안색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네가 경기 감사나 한 것보담

더 기쁘게 생각한다.

 

네 처와 화경이까지 데리고 와서

면회를 청했는데,

한번에 한 사람밖에 허락하지 않는대서

네 처와 화경이는 저 밖에 있다.

 

우리 세 식구는 평안히 잘 있다.

옥중에서 몸이나 잘 있느냐?

 

우리 근심 말고

네 몸이나 잘 보중하기 바란다.

 

만일 식사가 부족하거든

하루에 사식 두 번씩을 들여주랴?"

 

 

 

오랜만에 모자 상봉하니

나는 반가운 마음과 더불어, ​

저같이 씩씩한 기절(氣節)을

가지신 어머님께서

 

개 같은 원수 왜놈에게

자식 보여 달라고 청원하였다고 생각하니

황송한 마음이 그지없다.

 

 

 

다른 동지들의 면회 정황을 들어보면,

부모 처자가 와서 서로 대면하면

울기만 하다가 간수의 제지로

말 한마디도 못하였다는 것이 보통인데,

우리 어머님은 참 놀랍다고 생각된다.

 

 

나는 17년 징역 선고를 받고 돌아와서

잠은 전과 같이 잤어도

밥은 한 끼를 먹지 못한 적이 있는데,

어머님은 어찌 저렇게 강인하신가 탄복하였다.

나는 실로 말 한마디를 못하였다.

그러다 면회구구가 닫히고,

어머님께서 머리를 돌리시는 것만 보고,

나도 끌려 감방으로 돌아왔다.

 

어머님이 나를 대하여서는 태연하셨으나,

돌아서 나가실 때는

반드시 눈물에 발부리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어머님이 면회 오실 때

아내와는 물론 많은 상의가 있었을 것이요.

 

내 친구들도 주의를 해드렸을 듯하지만,

일단 만나면

울음을 참기가 지극히 어려울 것인데,

어머님은 참 놀라운 어른이다.

 

-2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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