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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진보>

[고문진보]173. 묽고 묽은 술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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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진보 -황견 엮음

 

묽고 묽은 술

 

-소식

 


 

묽대묽은 술이나마

차보다는 낫고,

거칠디거친 옷이나마

옷 없는 것보다는 나으며,

못난 아내와 모진 첩이나마

빈 방으로 있는 것보다는 낫네.

 

 

오경에 대루원에서

신발 가득 서리 맞는 것은,

삼복 해 높이 솟도록

늘어지게 자고

북쪽 창문 아래서

시원한 바람 쓈만 못하네.

 

 

구슬 장식 수의에 옥으로 만든 관에

만인의 전송 받으며

북망산으로 돌아가는 것은,

누덕누덕 꿰맨 남루한 옷 입고

홀로 앉아 등에

아침 햇살 받음만 못하네.

 

 

살아서 부귀 누리고

죽으면 문장이

남겨지길 원하나

백 년 눈 깜짝할 순간이요

만세도 황망히 지나가니,

백이 숙제 도척도

모두 양 잃어버렸으니,

당장 흠뻑 취하여 옳고

그름

근심과 즐거움 모두

잊음만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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