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진보 -황견 엮음
호랑이 그림
-왕안석
씩씩하도다. 곰도 아니고
호랑이도 아닌 것이.
눈빛 거울을 건 듯한데
모퉁이에 앉아 있네.
거리낌없이
돌아디니며 꼬리
늘어뜨린 채 쫓아도
두려워하지 않고,
두리번거리며
갈 듯하다가도
다시 머뭇거리네.
갑자기 한 번 보았을 적엔
심장이 뛰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차츰차츰
그 수염 어루만지게 되네.
정말로 알겠네.
그린 사람
솜씨껏 이것 그렸음을,
이 놈이 어찌
마당 섬돌에까지
들어오려 하겠는가?
책상다리하고 앉아
그림 그리려던 때 생각하니,
여러 화공들 흘겨 보며
종처럼 여겼으리.
정신 가라앉히고 마음 정해
붓을 휘둘렀으니
그 솜씨 조물주와
하찮은 것까지 따지겠네.
슬픈 바람 쏴아쏴아
누런 갈대에 불어오고
위에서는 추운 날 참새들이
놀라 서로 우짖네.
가지 쭉 뻗은 고목에서
늙은 까마귀 울고 있는데,
가지 향해 숙여 쪼는 것이
새끼에서 먹이 주는 것 같네.
산의 담이나 들판의 벽에
해진 뒤에 걸어 놓는다면,
*풍부 멀리서 보고
또 수레에서 내리리라.
*풍부: 진나라의 용사 이름, [맹자][진심 下]에 "진나라 사람으로 풍부라는 자가 있었는데 범을 잘 잡았으나 마침내 선한 사람이 되었다. 들에 갔을 적에 여러 사람이 범을 쫓고 있었다. 범이 산모퉁이에 의지하고 있자 사람들이 감히 덤벼들지를 못했는데, 풍부를 멀리서 바라보고는 달려가 맞이하였다. 풍부가 팔뚝을 걷어붙이고 수레에서 내려오니 여러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였으나 선비들은 이를 보고 웃었다"는 우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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