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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1부, 막내아들이 죽다니)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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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막내아들이 죽다니

 

寄兩兒

1802년 12월


우리 농아(農兒)가 죽었다니 비참하구나! 비참하구나! 가련한 아이..... 내 몸이 점점 쇠약해가고 있을 때 이런 일까지 닥치다니, 정말 마음을 크게 먹을 수가 없구나.

 

너희들 아래로 무려 사내아이 네명과 계집애 하나를 잃었다. 그중 하나는 낳은 지 열흘 남짓한 때 죽어버려서 그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겠고, 나머지 세 아이는 모두 세살 때여서 품에 안겨 한창 재롱을 피우다 죽었다.

 

이 세놈들은 나와 네 어머니가 함께 있을 때 죽었기에 딴은 운명이라 생각해버릴 수도 있어 이번같이 간장을 후벼파는 슬픔이 북받치지는 않았다.

내가 이렇듯 먼 바닷가에 앉아 있어 못 본 지가 무척 오래인데 죽다니! 그애의 죽음이 한결 서럽고 슬프구나. 생사고락의 이치를 조금 깨달았다는 나의 애달픔이 이러할진대 하물며 아이를 품속에서 꺼내어 흙구덩이 속에 집어넣은 네 어머니의 슬픔이야 어찌 헤아리랴!

 

그애가 살았을 때 어리광 부리던 말 한마디 한마디, 귀엽던 행동 하나하나가 기특하고 어여쁘게만 생각되어 귓가에 쟁쟁하고 눈앞에 삼삼할 것이다.

 

더구나 여자들이란 정이 많아 이성에 의지하지 못하기 십상인데 얼마나 애통스럽겠느냐? 나는 여기에 있는데다 너희들은 이미 장성하여 밉상스러울 것이니 생명을 의탁하려고 했던 바는 오직 그 아이였을 것이다.

더욱이 큰 병환을 치르고 난 뒤 아주 수척해진 무렵에 이런 일만 이어지니, 하루이틀 만에 따라 죽지 않은 것도 크게 기이한 일이구나. 내가 직접 그 일을 당했더라면 아버지라는 것도 잊은 채 다만 어머니들이 그러하듯 슬퍼하고 말았을 것이다. 아무쪼록 너희들은 마음과 뜻을 다 바쳐 어머니를 섬겨 오래 사시도록 하여라.

이다음부터라도 정성스런 마음으로 타일러 두 며느리로 하여금 아침저녁으로 부엌에 들어가 음식을 맛있게 해드리고, 방이찬지 따뜻한지 잘 살피며, 한시라도 시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게 할 것이며, 고운 태도 부드러운 낯빛으로 매사를 기쁘게 해드려라. 시어머니가 쓸쓸해하고 불편을 느끼면 낯빛을 변치 말고 더욱 정성스런 마음으로 힘을 다하여 그 사랑을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음에 조금의 틈도 없이 잘 화합하여 오래오래 가면 자연히 믿음이 생겨 안방에서는 화평스러운 기운이 한움큼 솟아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천지의 화웅(和應)을 얻어 닭이나 개나 채소나 과일까지도 탈없이 무럭무럭 제명대로 자랄 것이고 일마다 맺히는 게 없어져 나 또한 임금의 은혜라도 입어 풀려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해설

1802년 겨울에 넷째아들 농장(農莊)이 네살로 요절했다는 기별을 듣고 두 아들에게 애통한 심경을 적어 보낸 글이다. 한편 다산은 아들의 죽음에 무척 슬픔을 느끼고 무덤에 묻어주는 광지를 써보내기도 하였는데 [농아광지(聾兒壙誌)]가 그것이다. 이 글은 졸역[다산산문선]에 번역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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