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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8년

밤에 읽는 소심한 철학책 -민이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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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과 내일이라면, 철학에서는 시간이 흘렀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저 365일 동안 반복되는 어제가 있었을 뿐이다. 생각이 일어나는 순간부터 시간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며, 비로소 어제와 다른 내일이 찾아오는 것이다. 그것은 나와 다른 규칙들과의 마주침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레비나스의 시간론이다. 레비나스는 자아를 '타자의 볼모'라고까지 표현한다. 쉽게 말해 우리가 지니는 무한의 잠재성은 타인을 통해서 구현된다는 이야기다. ​


 




우리의 삶은 타인이 산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과 교류해야 한다. 타인에게 베푼 서비스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농부의 결실을 섭취하며, 기업의 상품과 크리에이터들의 문화를 소비한다. 그러나 이런 교류 방식은 결과적으로 타인을 욕구의 대상으로써 자신에게 종속시키는 행위이며, 자신의 존재에 전념하는 존재방식으로 일상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순간순간 몰려드는 무료함에서 벗어나 있기 어렵다.


삶에 대한 회의가 밀려올 때, 우리는 내가 누구이고 또 여기가 어디인지에 대한 해답을 '타인'과 '저기'에서 찾으려 한다. 나의 존재방식으로는 도저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문제이기에, '나'와 '여기'의 '바깥'을 둘러보게 된다. 쉽게 말해 남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다. 결코 타인의 삶 속에서 내가 필요로 하는 해답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와 다른 규칙으로 살아가는 타인의 '차이'를 관찰함으로써 생각의 질적 도야를 이루어내기도 한다. 나의 존재방식 안에서 한 번도 재고해보지 않았던 것들이, 비로소 가능성으로 발견되기 때문이다.




밤에 읽는 소심한 철학책  -민이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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