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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8년

억울한 사람들의 나라 -최태섭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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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려 있는 글들은 2015년부터 2018년 초까지 쓴 것들이라 한다. 그 시기를 전후하는 사건들을 다룬다.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굵직한 사건이다. 2014년 세월호 침몰, 2017년 촛불 혁명, 2018년 #MeToo 사건이다.
냉소적이고 무심하고 무관심한 사회의 사건을 간결하고 쉽게 설명해준다. 사회의 전반적인 사건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일은 무엇일까? 나는 억울한 일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억울한 일에는 원인이 너무 많아서 원인이 없다. 고통에는 위계도 수량도 총량도 없다.
객관적으로 보면 가지고 있는 마지막 한 개를 빼앗긴 사람의 억울함과 99개를 가지고 있지만 한 개를 더 빼앗아 100개를 만들지 못한 사람의 억울함은 비교할 수조차 없다. 그러나 누가 더 억울함을 '느끼고' 있을지는 쉽게 장담할 수 없다. 억울함이라는 것은 이토록 주관적인 것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억울함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려보자. 억울함은 현실과 기대 사이의 격차로부터 발행하는 감정이다. 나에게 일어날 리 없다고 생각했던 일,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억울해진다.


억울함은 위험한 감정이다. 억울함이 나를 사로잡고 나면, 내 허물들은 순식간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을 향해 비난을 퍼붓는 것이 정당화되고, 나의 잘못과 앞으로 저지를 잘못에까지도 면죄부가 주어진다. 밝혀지는 모든 진실의 가치는 나의 오류 없음을 증명하는 것에만 쓰이게 된다. 그 억울함이 세상에서 가장 정당한 것일지라도, 그것에 잡아먹히는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편협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종종 한국 사회가 억울함의 경기장처럼 느껴지곤 한다. 모두가 소리 높여 자신의 억울함을 외치고 있다. 정당한 억울함을 알리고 사람들에게 인정과 도움을 바라는 것을 무어라고 할 것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억울함을 경쟁하는 것이다. 조금만 살펴보면 나보다 더 억울하고 고통받는 이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 경쟁은 그런 개관적이고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무질서한 싸움이 되기 십상이다. 약자를 배려하고 그들에게 좋은 자리를 양보하는 연대가 아니라 그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까지도 내 억울함을 충족시키기 위해 빼앗는 약탈이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모든 것에 비난과 책임을 돌리며, 그중에서도 약자들을 기꺼이 짓밟는 비열함이 우리들의 억울함 속에 독버섯처럼 자리 잡고 있다. .....

민주주의자로서 우리는 결국 우리 스스로가 상상하고 만들어 낸 공동체를 갖게 될 것이다. 공동체를 파탄으로 몰아넣는 "편협한 개자식"이 바로 나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생길 때, 싸워야 할 악마가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가장 약한 자들의 승리가 나의 승리라는 것을 믿게 될 때 우리들의 억울함은 마침내 해소될 것이다. 우리들이 원하는 것들은 억울함이 너머에 있다.

 
억울한 사람들의 나라   -최태섭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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