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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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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인터뷰 

윤효정(북DB 객원기자)

 

북&인터뷰

3년간 1천 권 완독, 주부 장인옥 “인생에 찾아온 위기, 책으로 극복했죠”

- 주부 장인옥, 남편 실직으로 찾아온 위기 책으로 이겨낸 극복담 <일일일책> 출간
- 답답한 현실 벗어나기 위한 도피처였던 책, 쳇바퀴처럼 반복되던 생각 멎게 해줘
- “힘든 시기 보내고 있다면 책에서 인생의 길 찾길…책은 부작용없는 만병통치약”

 


정말이지 기괴한 날씨였다. 갑작스레 우박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매서운 소나기가 내리고, 천둥과 번개가 동시에 치기도 했으니. 봄비가 내리는 것이라고 하기엔 참으로 요란했다. 종잡을 수 없던 그런 날, 카페에서 마주한 그녀는 한눈에 봐도 그저 평범한 주부였다.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한 번쯤은 마주할법한 그런 느낌. 다만 조금 눈에 띄었던 점은 사진 촬영부터 시작해 인터뷰하는 내내 시종일관 웃음을 띠고 있었다는 것. 그녀는 모든 것이 너무나 즐겁다고 했다. 대체 뭐가 그렇게 즐겁고 행복할까, 의구심이 들던 찰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니 알 것 같았다. 그녀에게 번개와 천둥처럼 들이닥친 기적 같은 시간들을.

 

책이란 건 읽어도 되고, 안 읽어도 그만인 것으로 알았다. 일 년에 단 한 권도 손에 쥐지 않았고, 책과는 담을 쌓은 채로 살았다. 이는 모두 <1日1冊(일일일책)>(레드스톤/ 2017년)의 저자 장인옥의 이야기다. 그녀는 별다른 꿈이 없었다. 그저 바라는 것이 하나 있었다면 현모양처가 되는 것.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그렇게 스물일곱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고, 자신의 꿈을 잘 이뤄가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인생의 위기는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불쑥 들이닥친 불청객처럼. 그녀의 삶 역시 그러했다. IMF 외환위기가 생기고 남편이 실직하면서 전에 없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그녀 역시 직장생활을 했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남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직업이란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고, 다시 구하려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새로이 시작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대책 없이 품었던 믿음은 차츰 불화의 커다란 씨앗이 되어 버렸다.

 

“남편은 실직한 뒤로 생닭을 떼어다 팔기도 하고 소주 공장에도 다니다가 택시 운전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안 하던 일을 하려다 보니 힘들었던지 어느 순간부터 아예 손을 놓고 집에만 있더라고요. 그렇게 한 두 해가 지나면서 답답한 마음이 앞섰죠. 나이도 젊은 데다 사지 멀쩡한 사람이 뭐라도 할 생각을 해야지 왜 저러고 있나, 싶어서요. 하다못해 기력이 없는 노인분들도 폐지라도 주우면서 열심히 사시는데 그런 걸 보면서 뭔가 느끼는 게 없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겨우 2살을 넘긴 아이가 있었던 때라 누구든 나가서 일을 해야만 하던 때였고요. 그래서 제가 나서 생계를 겨우 이어갔어요.

 

그때는 삶이 정말 고달프고 힘들었어요. 열심히 살려고 노력은 하는데 바뀌는 게 전혀 없었으니까요. 뭐가 잘못됐는지도 모르겠고 주변에 누구 하나 나서서 이렇게 해보라는 조언을 해주는 사람도 없었죠. 남편에게는 늘 원망뿐이었고요. 이렇게 사는 게 전부 다 당신 때문이라고 말하면서요. 한집에 있으면서도 남처럼 지냈어요. 남편이 이쪽으로 가면 저는 저쪽으로 가는 식으로 서로 말도 섞지 않고 투명인간 취급했죠. 그렇게 10년 가까이 지내니 저에게 있어 30대는 터널 같은 시간이었어요.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았고 희망의 불빛조차 없었으니까요.”

 

더는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어느 날. 그녀는 남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남편의 반응이 의외였다. 핑계나 변명으로 일관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순순히 이혼에 응하겠다고 했던 것. 가진 건 없지만 원하는 대로 다 해주겠다면서. 그녀는 당시의 그 눈빛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삶의 의욕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 눈빛. 그녀는 덜컥 겁이 났다. 자신과 이혼을 하고 나면 남편은 곧바로 거리에서 노숙자 신세가 되겠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평생을 함께하리라 믿었던 사람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대로 그냥 손을 놓아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에게 있어 그녀는 마지막 지푸라기였으니까.

 

 

“지긋지긋하기만 했던 30대와는 다른 40대를 맞고 싶었다”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은 많다. 게임이 그렇고 도박이 그렇고 술이 그렇다. 하지만 그녀는 앞서 말한 것 중 어느 것에도 흥미가 없었다.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으나 방법을 잘 몰랐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책이었다. 뭐라도 붙잡을 것이 필요했다. 그런데 책을 붙들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평소에는 7시에 눈을 떴지만 책을 읽겠다는 일념 하나로 새벽 4시에 몸을 일으켰다.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책을 읽기 위해 늘 멀미약을 챙겨 먹을 정도였다. 주말이 되면 종일 방에 틀어박혀서 책을 읽었고, 매주 도서관을 찾아 양손 가득 책을 빌려왔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 듯 어제 했던 생각, 한 달 전에 했던 생각을 늘 반복했던 그녀였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쳇바퀴를 멈출 힘이 생겨났다.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었다. 그러던 중 변화가 일어났다.

 

“상황이 정말 절실했죠. 지긋지긋하기만 했던 30대와는 다른 40대를 맞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남편과의 관계를 회복해서 가정을 다시금 일으키고 싶었고요. 그런 마음으로 책을 읽다 보니 친구를 만나서 수다 떠는 것, TV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차원이 다른 재미를 느꼈어요. 현실의 탈출구로 선택했던 책으로 인해 제 삶을 전혀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남편을 다시 보게 됐고 남편의 입장에서 저를 바라보기도 했죠. 그간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태도가 남편의 상처를 더 키웠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사소한 것부터 노력하기 시작했어요. 남편에게 문자도 보내고 눈도 마주치면서 고개를 끄덕여주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당연히 어색하고 힘들었죠. 남편도 의아하게 바라봤고요. 왜 안 하던 일을 하나 싶었겠죠. (웃음) 사실 저조차도 이렇게 한다고 뭐 달라지는 게 있을까 싶었어요. 돌아오는 반응이 시원찮으니까 멋쩍기도 했고요. 어느 날은 남편을 붙잡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어요. 나는 이렇게 노력하는데 당신도 반응을 좀 보여달라고요. 그랬더니 남편은 어느 날은 친절하게 대했다가 또 어느 날은 쌀쌀맞게 대하는데 자기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더군요. 다행히 책을 계속 붙들고 있으면서 계속 노력을 하니까 남편도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책을 붙들고 산 지 1년이 됐을 무렵, 남편에게도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새로이 직장을 구하기 시작하면서 삶의 의욕을 되찾기 시작한 것. 그녀는 병원이나 상담소를 찾아간 것은 아니었지만 차츰 관계를 회복하면서 쓰러진 가정을 일으켜갔다. 만약 책 읽기를 중도에 포기했다면, 자신과 남편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잘라 말하는 그녀였다.

 

“요즘 어딜 가더라도 책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하시는데요. 책을 왜 읽고 싶은지 먼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책을 읽어야 하는 목적이나 어떤 목표를 확실히 세워두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거든요. 또한 현재 어떤 점이 힘든지 생각해보고, 그 부분과 관련된 책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에는 남편과의 관계회복, 가정을 일으키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고 하루에 한 권을 읽겠다는 목표가 뚜렷하게 있었죠.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책을 읽으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어요. 책을 집어 들었는데 어렵고 재미가 없다 싶으면 과감히 내려놓는 용기가 필요하죠. 언젠가는 다시금 그 책과 인연이 되어 만날 때가 오거든요. 저 역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었는데 처음에는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나중에는 잘 읽을 수 있었어요. 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끌어안고 있으면 중간에 지치고 포기하기 쉬우니까 우선은 쉽고 재미있는 책을 읽으려고 시도해보세요. 하루에 몇 쪽을 읽겠다, 일주일에 몇 권을 읽겠다, 라는 식으로 책의 쪽수나 권수를 정해서 읽어보는 것도 좋아요. 일단 양으로 승부를 건다는 느낌으로요. ”

 

 

“책은 미래를 설계하는 가장 강력한 보험”

 

삶을 감당하는 일은 언제나 녹록지 않다. 여전히 삶이 버겁고 고단할 때, 그녀가 삶의 처방전처럼 꺼내 드는 책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논어>였다. 그간 필사도 여러 번 했을 만큼 숱하게 읽어온 책이지만 언제고 다시금 꺼내 들게 된다. 그녀는 <논어>를 두고 “언제 읽어도 깊이가 있고 다시 읽어도 새로운 책”이라고 설명했다. 누군가 책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도 <논어>를 가장 먼저 이야기할 정도. 수천 권의 책을 읽어오면서 한 번쯤은 꼭 만나보고 싶은 저자도 있었을 터. 이 질문에 그녀는 한 치의 고민 없이 대답을 이어갔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이요. 그 어려운 시기에 강진 유배지에 가서도 독서와 집필에 전념하셨잖아요. 복숭아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날 정도로요. 생각만 해도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독서의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른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분을 조금이라도 닮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실제로 뵌다면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절을 드리고 싶네요. 그리고는 함께 앉아 책을 읽겠어요. 그것만으로도 영광일 것 같아요.

 

책은 어려움이 생겼을 때 헤쳐나갈 힘을 길러주는 것 같아요. 살다 보면 언제이고 위기가 닥치기 마련인데 준비를 해두면 조금 덜 헤맬 수 있겠죠. 그런 점에서 책이야말로 미래를 설계하는 가장 강력한 보험이 아닐까요? 말해놓고 보니 마치 보험 설계사가 된 것 같네요. (웃음) 만약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신 분이라면 더더욱 책에서 길을 찾으셨으면 해요. 책은 아무리 중독되어도 부작용이 없는 만병통치약이니까요. 아, 이제는 약장사가 되어버렸군요. (웃음)”

 

속상한 일이 생길 때면, 그녀는 여전히 책을 찾는다. 책을 펼쳐 드는 순간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정화가 된다고. 현재 남편은 직장을 다니면서 생활인으로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아내의 책 출간 소식에 별다른 내색을 하지는 않지만 지인들을 만나면 슬쩍 아내의 책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고. 그녀가 책을 읽느라 혹은 도서관을 다녀오느라 집안일에 소홀해져도 그는 군소리를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TV 소리로 실랑이도 여러 번 했지만, 이제는 아내의 책 읽는 모습에 보고 있던 TV를 슬쩍 꺼주는 남편이 되었다.

 

 

 

http://news.bookdb.co.kr/bdb/Interview.do?_method=InterviewDetail&sc.page=1&sc.row=10&sc.orderBy=1&sc.mreviewTp=1207&sc.mreviewTmpl=&sc.pPage=1&sc.mreviewNo=85123&type=Interview&sc.mreview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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